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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좋아

남양주시 불암사 호랑이유격대 충혼비

by 피앙새 2022.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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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에 천년고찰 불암사를 갔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일주문을 지나 불암사로 가던 중 충혼비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는데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어떤 충혼비인지 보기 위해 다시 불암사를 찾았습니다.

지난봄에 갔을 때는 겨울 기운이 가시지 않을 때였습니다. 이번에는 초여름이라 그런지 불암산 자락이 온통 연두색입니다. 일주문은 사찰로 들어가는 문 가운데 첫 번째 문이죠. 일주문에 한문으로 ‘天寶山佛巖寺’(천보산 불암사)라고 적혀 있습니다. 어느 사찰이든 일주문을 지날 때마다 신성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일주문을 지나 불암사로 올라가는 좌측에 불암산 호랑이유격대 안내판이 있습니다. 안내판에는 6·25 한국전쟁 초기에 활동한 육사 생도 중심의 유격부대 활약상이 나옵니다. 유격대 활동 지역 지도를 보니 불암산입니다.

오늘은 불암사가 아니라 호랑이유격대 활동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유격대 결성 및 활동입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이 불법 남침을 했습니다. 육군사관학교 1, 2기 생도들은 포천, 태릉 일대에서 적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저지했습니다. 하지만 6월 28일 오전 북한군이 서울로 진입하자, 생도들은 한강 이남으로 철수하여 이후의 지연전에 투입되었습니다. 이때 생도 중 13명(1기 10명, 2기 3명)은 한강 이남으로 철수하는 대신 불암산 일대에서 유격 활동을 펼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암호명이 ‘호랑이’인 유격대를 결성했습니다.

호랑이유격대는 1950년 6월 29일부터 약 3개월 동안 불암산 인근 지역에서 유격 작전을 펼치면서 북한군의 후방을 교란하였습니다. 불암산 일대의 동굴을 근거지로 삼아 활동하던 유격대는 불암사의 윤용문 주지 스님과 석천암의 김한구 주지 스님, 그리고 지역 주민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유격대는 총 4차례 공격작전을 시도하여 북한군에게 큰 피해를 주었습니다. 북한으로 끌려가는 주민 100여 명을 구출하는 등 상당한 전과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역사상 유례없이 계급과 군번이 없는 사관생도 신분으로 적 후방에서 싸웠던 유격대원들은 국군과 유엔군이 서울을 수복하기 직전에 안타깝게 모두 전사했습니다.

지금 소개해 드린 내용은 호랑이유격대 안내판에 나온 내용입니다. 불암사 팸플릿 마지막 장에도 호랑이유격대 소개가 나옵니다. 20대 초반 젊은 나이에 스러진 유격대원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그때 전사한 대원들은 생도 1기 강원기, 김동원, 김봉기, 박금천, 박인기, 이장관, 전희택, 조영달, 한효준, 홍명집 등 10명 그리고 생도 2기는 생명 미상(3명)이라고 합니다. 또한 7사단 김만석 중사, 성명 미상 용사 6명도 있습니다.

이제 호랑이유격대 충혼비로 가보겠습니다. 충혼비 앞에는 꽃이 놓여 있고요, 입구에는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습니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충혼비 맨 위에 둥근 원형으로 만든 동판이 있습니다. 동판에는 한문으로 구국충혼(救國忠魂)이라 적혀 있고요, 그 아래 좌측에는 태극기가 그리고 우측에는 육사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아래는 불암산 호랑이유격대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동판 아래 건립취지문이 적혀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보겠습니다.

6·25 전쟁 초기 불암산 호랑이유격대는 최후의 순간까지 적과 맞서 싸우다 모두 산화하였다. 생도 신분으로 군번도 계급도 없이 참전한 육군사관학교 생도들과 7사단 용사들 그리고 유격대에 도움을 주신 불암사의 나라 사랑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이 비를 세운다. (불암사·육군사관학교·남양주시)

앞에서 소개한 유격대원 명단과 유격대에 도움을 준 불암사 주지 윤용문 스님 이름도 적혀 있습니다.

충혼비 앞에는 6·25 전쟁 당시 육사 생도가 착용한 철모(모형)가 있습니다. 철모는 총탄을 맞아 깨져 있고요, ‘육사’라고 선명하게 적혀 있습니다. 이 철모는 사관생도 참전 전투지(2002년 경기도 포천시 내촌리)에서 발굴한 것인데요, 실물은 육군박물관에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충혼비 좌측 하단에 유격대 수칙이 적혀 있습니다. 불암산 윤용문 주지 스님은 유격대 활동 초기부터 물심양면으로 유격대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는데요, 이 말은 유격대 마지막 생존자인 강원기 생도가 병상에서 동기생에게 전한 말입니다.

불암사 호랑이유격대 충혼비는 2020년 6월 불암사와 석천사 도움을 받아 건립됐습니다. 충혼비는 불암사가 부지와 소나무 숲을 제공하고, 남양주시가 비용을 부담하며, 육군사관학교가 비석을 디자인하고 제작했다고 합니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양지바른 곳에 충혼비를 세워 그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6·25 한국전쟁 당시 어린 나이의 생도들이 유격전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불암사의 주민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전투를 벌이다 장렬히 산화한 육사 생도들의 위국헌신 정신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불암산과 불암사를 오가는 사람들이 이 충혼비를 보며 그들의 넋을 위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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