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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하이킥3 백진희, 진짜 실감났던 청년 백조 연기

by 피앙새 2011.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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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제목이 '짧은 다리의 역습'입니다. 짧은 다리라면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사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인데요, 그 중 한 명이 가난한 여대생 백진희입니다. 돈 없고 빽 없고 빛만 많은 청년 백조. 백진희를 당대에 비교한다면 미래의 88만원 세대죠. 대학은 학비 때문에 3학기 동안 휴학을 했고요, 고시원에서 취업준비를 하며 힘들게 지내고 있죠. 방세를 몇 달치씩 밀려 주인에게 방세를 주던지, 아니면 당장 방 빼라는 소리에 늘 주늑이 들어 있습니다. 방세도 못내는데 밥은 오죽하겠어요. 통장 잔고는 220원뿐인데요, 학자금 상환 독촉까지 받으니 늘 배가 고픕니다. 대학선배들과의 회식자리에서 반년만에 삽겹살을 먹다보니 핏기도 가시지 않은 고기를 허겁지겁 먹는 모습은 정말 측은하기까지 했습니다.

백진희는 취업을 하기 위해 서류만 200번 떨어졌고, 면접만 50번을 본 취업장수생입니다. 좁은 고시원 침대에 웅크려 자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우리 주변의 88만원 세대 모습인데요, 그래서 백진희의 지상 최대 과제는 바로 취업입니다. 자나 깨나 취업, 또 취업 생각 뿐입니다. 취직을 해야 밀린 방세도 주고, 삼겹살도 싫컷 한 번 먹어보죠. 그런데 그녀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삼진물산에서 1차 서류에 합격했으니 면접을 보러 오라는 게 아니겠어요? 무려 50번의 면접에서 떨어졌지만, 백진희는 마치 로또에 복권된 것처럼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면접 전날, 오피스룩을 입은 자기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죠.


다음 날, 백진희가 면접을 보러 갑니다.
면접에서 백진희가 질문받은 건요, 어제 코스피지수가 얼마냐는 거였어요. 취업백수가 어떻게 코스피지수를 알겠어요. 머뭇머뭇대다가 2,200이라고 했지만 틀렸지요. 그 다음에 세 학기째 휴학을 했다는 말을 꺼냈는데, 갑자기 옆 면접관이 옷에 뭐가 묻었다고 합니다. 남들은 면접을 보기위해 삐까번쩍한 옷을 차려입고 왔는데, 그녀는 얼룩이 묻은 단벌 정장을 나왔다가 면접관에게 지적을 당한 겁니다. 선배 박하선의 옷이라도 한 벌 빌려 입고 갔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걸로 백진희 면접은 끝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시카고 본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등 백진희 기가 팍 죽을만큼 스펙이 정말 화려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추가 질문까지 했지만, 백진희는 달랑 코스피지수 질문 하나 뿐이었어요. 면접관이 면접을 끝내려 하자, 백진희는 왜 자기는 추가 질문을 하지 않느냐고 했지만 면접관은 시간 낭비할 필요가 있느냐며 불합격을 예고했습니다.

그런데요, 하늘이 준 기회인가요, 갑자기 면접장에 박규 사장이 나타났습니다. 면접생들 앞에서 사장은 자기 자랑을 늘어놨습니다. 발 바닥에 땀이 나는 것으로는 안되고, 발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뛸 각오가 돼 있는 사람만 들어와야 한다는군요. 한 마디로 죽어라 죽어라 일해야 한다는 거에요. 사장은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남들이 한 시간씩 먹는 점심을 딱 5분 만에 먹었고, 짜장면은 10초만에 먹고 일했다는구요. 이런 정신으로 살아야 살벌한 취업전쟁에서 살아남는다고 하자, 백진희는 어차피 떨어진 것 같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기도 10초 만에 짜장면을 먹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말이 그렇지 어떻게 10초만에 짜장면 한 그릇을 먹겠어요. 호기가 좋은 백진희 말에 사장은 면접관에게 정말 10초만에 짜장면을 먹으면 합격시키라고 했습니다. 백진희로선 패자 부활의 기회가 온 셈이죠. 잠시후 짜장면 한 그릇이 백진희 앞에 놓여졌어요. 짜장면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입니다. 옛날에는 졸업때나 생일 날 아니면 먹기 힘든 음식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백진희 앞에 놓여있는 짜장면은 사느냐, 죽느냐 생사가 걸린 짜장면입니다. 10초만에 먹어야 하니 그 맛을 음미할 여유가 없습니다.

면접관이 초시계를 들고 '시작'이라는 말이 떨어지자, 백진희는 죽을 각오로 짜장면을 입에 넣었습니다. 그녀는 짜장면을 먹는 게 아니라 입속으로 마구 집어 넣었습니다. 입안에 짜장면이 가득 차 있었지만 꾸역꾸역 짜장면을 밀어 넣는 모습이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보는 듯 했습니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려운데, 휴학을 했으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런게 기적이 일어났어요. 백진희는 9초 73, 즉 10초 안에 짜장면 한그릇을 먹었습니다. 백진희 스스로도 자기가 10초 안에 짜장면을 먹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거에요. 약속대로 백진희는 인턴으로 삼진물산에 취직이 됐습니다.


백진희는 엄마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걸어 취직을 했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기다리던 취직이었던가요? 백진희는 엄마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돈 벌어서 빚을 다 갚아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돈 벌면 서울에서 같이 살자고 했는데, 이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내일이면 첫 출근인데 잠을 이루려해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습니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각까지 뒤척이다 몽유병 때문에 밖으로 나갑니다. 왜 백진희가 이런 모습을 보였을까요? 취직에 대한 집착과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기 때문입니다. 실성한 사람처럼 새벽녘에 나갔다가 조직범죄 현장을 목격하는데요, 범죄자들은 그녀를 잡으려 하고 백진희는 도망 가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이렇게 3회는 청년 백수 백진희의 서글픈 에피였습니다.


짜장면 한 그릇을 10초만에 먹으며 어렵게 취직한 삼진물산. 인턴이지만 열심히 해서 꼭 정규직이 되겠노라고 했지만, 우리 사회는 그녀 뜻대로만 되지 않네요. 극중 조직폭력배는 88만원 세대들이 아무리 취직을 하려고 발버둥쳐도 학력과 빽 등 보이지 않는 장애물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고편을 보니 백진희가 조직폭력배들에게 붙잡히고, 삼진물산 사장이 '10초 안에 오지 않으면 합격을 취소시켜'라는 말이 들리던데요. 이 사장 10초란 말 정말 좋아하네요. 백진희는 또 10초안에 가기 위해 죽어라 뛰는데요, 과연 그녀가 제 시간 안에 회사로 올 수 있을까 걱정되네요.

백진희가 보인 이런 모습들이 88만원 세대의 아픔 아닐까요? 백진희가 먹은 짜장면은 곧 88만원 세대의 아픔이었고, 그 아픔까지 웃음으로 반전시키는 게 하이킥3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백진희는 청년 백조 역할을 정말 리얼하게 잘했는데요, 아직 앳된 나이라 청년 백수 생활을 해볼리도 없는데, 어쩜 그리도 진짜처럼 연기를 잘하는지요. 백진희가 보인 연기가 아직도 짠하게 잔영으로 남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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