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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행복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 된 남편의 연애편지

by 피앙새 2011.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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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뜨겁던 여름 땡볕이 무뎌지고 이제 아침저녁으론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벌써 9월, 이제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한없이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쓰고 싶은 계절입니다. 그리고 결혼을 안한 사람들은 뭔가 옆구리라 허전한 때죠. 이 계절에 문득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 한 통을 받는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있을까요? 요즘은 편지보다 이메일이나 핸폰 문자메시지로 의사소통을 하다보니 연인들끼지 편지쓰는 일이 드물죠.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라는 노래가 생각 나고, 누군가에게 밤늦게까지 편지를 쓰고 싶은 때 입니다. 사랑하는 아내, 남편에게 편지 한통 쓰기 좋은 계절입니다.

지난 주, 남편이 일주일간 출장을 가는 바람에 혼자 저녁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을이라 책이라도 한 권 읽을까 해서 서재방에 들어갔는데, 서가에 꽂혀 있던 연애편지 모음집이 보였습니다. 연애시절 남편에게 받은 편지들을 고스란히 모아놓은 파일철인데요, 그 편지집을 꺼내 하나 하나 읽어보니 다시금 그때 연애시절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한 줄 한 줄 정성을 다해 쓴 편지를 보니 기분이 묘해집니다.


지금까지 결혼 전후를 막론하고 남편에게 받은 편지가 2천통이 넘습니다. 편지를 받은 시간 순서대로 고이고이 모아 놓은 연애편지들은 이제 제 생애 최고의 선물이자 가장 소중한 보물이 됐습니다. 가끔씩 삶이 단조롭고 재미 없다고 느껴질 땐 남편의 연애편지를 꺼내봅니다.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이 편지들 한 통 한 통을 받을 때는 세상이 온통 아름답게 보였고, 마치 동화속 공주처럼 그렇게 행복하고 부러울게 없었답니다. 지금도 남편은 가끔 편지를 써줍니다. 아니 편지뿐만 아니라 촌철살인식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줄 때는 하루가 즐겁고 행복하기만 합니다. (팔불출이죠...ㅎㅎㅎ)
 

(지금까지 남편에게 받은 편지들을 다 모아보니 파일철이 8권이나 되고 모두 2천통이 넘습니다.)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데, 저 역시 그런가 봅니다. 요즘 들어 가을이 되서 그런지 남편의 연애편지를 꺼내 읽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연애시절에는 편지를 받고 감정이 복받쳐 눈물도 많이 흘려 편지를 흠뻑 적신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받은 편지는 제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어느 날은 편지를 읽다가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눈물 자국이 편지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편지는 형식과 규격에 관계없이 보내졌습니다. 짧은 엽서 한장에도 하늘같은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남편이 써준 편지들과 제 답장을 모아서 조그마한 책을 하나 내는 게 꿈이에요. 아직 남편이 공직에 있기 때문에 민망하다며 책을 내는 걸 극구 반대하고 있지만, 퇴직하면 글을 정리해 꼭 책을 내고 싶습니다. 잘 팔리지 않는 책이라도 세상 사람들에게 남편 자랑하는 팔불출이 되고 싶습니다. 평범한 부부의 사랑과 결혼이 모두 담겨 있으니 책으로 보는 '인간극장'이 되지 않을까요?

남편과 이갸기를 하다가 가끔 이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나와 다시 결혼하겠느냐고 우문을 던져 봅니다. 그러면 남편은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더 멋지게 연애하고 싶은데~" 하면서 속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 대답을 하지만 그리 듣기 싫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저는 제가 늙어서 죽는다면 꼭 연애편지와 함께 묻어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하늘 나라에 가서도 남편이 써준 소중한 연애편지를 읽고 싶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이보다 더 소중한 선물을 아직 받아 보지 못했으니까요. 출장을 간 남편이 보고 싶지만요, 가을이 다가와서 그런지 오늘은 문득 남편에게 가을의 서정과 사랑을 담은 편지 한 통을 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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