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곳곳에 천주교 성지가 많은데요, 그중 경기도 남양주시에 마재성지가 있습니다. 남양주 하면 조선 최고의 학자로 꼽히는 다산 정약용(1762~1836)이 태어나고 말년을 보낸 곳이죠. 그래서 남양주시를 정약용의 도시라고도 합니다.
남양주시 조안면에 정약용 선생 생가가 있는데요, 이곳을 마재마을이라고 합니다. 마재마을은 옛날에 말을 타고 넘던 고개라 하여 마재 혹은 마현마을로도 불렸습니다. 마재마을은 소설가 김훈의 장편소설 '흑산'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2011년에 출판된 김훈의 '흑산'은 조선 사회의 전통과 충돌하는 정약용의 형 정약전과 조카사위 황사영 등 지식인들 내면을 다룬 소설입니다.
마재성지에 가면 한옥 담장에 '마재성지'라고 쓴 글이 보입니다. 성지지만 규모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지난 2021년이 한국 최초의 신부였던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탄생 200주년이었죠.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마재마을 정약용 형제 생가터를 순례지로 지정했습니다.
마재성지 주차장은 성지 안에 있습니다. 주차장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곳은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올 수 있어 항상 많은 사람이 찾는 곳입니다. 저는 주말 오후에 갔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주차장에 차량이 꽉 찼네요.
주차장 뒤편으로 갔습니다. 한복 차림의 예수님상이 있네요. 서양 예수님만 보다가 한복을 입은 예수님을 보니 왠지 친근해 보입니다.
마재성지에 들어가기 전에 외관부터 둘러봤습니다. 종교적 성지라기보다 시골 부잣집 담장을 보는 듯합니다. 굉장히 한국적입니다. 담장 안에 최부자가 곰방대를 물고 있는 것이 보일 듯하지만요, 그런 노인은 발견하지 못했네요. 하하~
예수님상 옆에 천주교 박해 때 순교자들도 있습니다. 순교자 중에서 정약종도 보입니다. 정약용은 실학의 대가로 유명하죠.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자산어보를 완성했고요, 정약종은 천주 교리에 해박하였다고 합니다. 정약현까지 4형제였죠. 이중 정약종은 천주교를 끝까지 배반하지 않아 목숨을 잃었습니다. 정약용 4형제는 모두 특출난 인물이었습니다.
1801년 신유박해 때 참수형을 당했다고 하네요. 천주교 신자를 고문하던 기구도 있습니다. 종교가 무엇인지 저는 잘 모르지만, 죽음을 불사한 그 신념만큼은 지금도 남아 있네요. 정약용 형제들이 남양주를 천주교 요람지로 만든 셈이네요.
성지 안으로 들어서려니 안내판 기둥에 '한국 천주교의 요람지'라고 세로로 쓰여 있습니다.
고래 등 같은 한옥 건물이 앞에 보이는데요, 도마성전입니다. 한옥성당인 셈이죠. 우리 조상들이 천주교를 믿고 미사를 보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성당이죠. 성전 앞에 예수님이 '어서오라'며 손짓하듯이 반겨줍니다.
한옥성당 안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안 들어가 볼 수가 없겠죠. 성당 입구 오른쪽에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마리아 상이 있습니다. 마치 제가 어렸을 때 우리 어머니가 저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 같네요. 그래서 그런지 가슴이 뭉클해지는 기분입니다.
문이 닫혀있나 했는데, 열려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보는 유럽식 성당이 아니고 한옥 양식입니다. 천장에 서까래가 드러나 있고요. 성당 가운데 단상 뒤에도 하느님이 환영하는 모습으로 두 팔을 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은 한복을 입은 김대건 신부님도 보이네요.
이제 도마성전 맞은편에 있는 약종동산으로 가봅니다. 이곳을 잘 몰라 도마성전만 보고 가는 사람도 많은데요, 안내판에 있는 약종동산이 어디지? 하는 궁금증을 갖고 두리번거리다가 찾게 되었습니다.
약종동산에 들어가면 우리네 조상 같은 모습의 동상이 보입니다. 짚신과 두루마리 옷을 입고요, 그 옆에는 아이 손을 잡고 있습니다. 이 동상의 주인공은 신유박해 때 순교한 정약종 선생입니다.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는 모습이 인상깊습니다.
이곳은 순교현양비입니다. 성모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동상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앞에 기도 목적의 의자도 있습니다. 제가 갔던 날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에서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순교현양비 뒤쪽으로 십자가의 길이 있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천주교 신자들이 기도하며 도는 코스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 구원을 위해 십자가를 지신 것을 기억하며 드리는 기도죠. 예수님이 빌라도에서 재판을 받은 곳부터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행해 걸었던 약 800m의 길을 14처로 구분해 놓았습니다.
십자가의 길 끝에서 특이한 조각을 봤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잖아요. 그 예수님 발을 재현한 것인지는 몰라도 발에 못이 박힌 조각입니다. 못이 박힌 자국에 피가 흐르는 것도 묘사해 놓았네요.
도마성전 앞 벚꽃이 피면 정말 멋지겠네요. 마재성지 주변에는 인스타그램 여행 성지 능내역, 정약용 유적지, 다산생태공원, 실학박물관, 북한강 자전거길 등이 있습니다. 마재성지에서 정약용 생가까지는 걸어서 10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정약용 생가터에서 마재성지까지 두루 둘러보면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으며 힐링 타임을 가져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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