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들이 겸해서 평일 오전에 광교역사공원을 다녀왔습니다. 동수원IC에서 나오면 바로 옆에 수원광교박물관이 있죠? 수원광교박물관은 광교 신도시 개발과정에서 발굴된 유물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박물관이 아니라 인근에 있는 광교역사공원을 방문했습니다.
요즘 나들이 유혹이 많은 계절이잖아요. 수원광교박물관 주변은 광교역사공원입니다. 경기도기념물 제53호 심온 선생 묘와 혜령군 묘가 있고 옛 전통정원의 모습이 조성돼 있습니다. 역사를 배울 수 있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역사문화 체험 공간입니다. 저는 시간 날 때마다 산책 하러 자주 오는 곳입니다. 박물관 주변만 산책해도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기분입니다.
수원광교박물관은 심각한 주차난 해소와 주차 질서 확립 등 관람객 편의를 위해 지난해 8월 9일부터 유료입니다. 20분 이내는 무료, 3시간 이내는 1천 원입니다. 3시간 초과~6시간 이내 2천 원입니다. 박물관이나 광교역사공원 나들이할 때 보통 3시간 정도면 충분해서 주차료 1천 원이면 됩니다. 결제는 신용카드로만 됩니다.
주차하고 나오면 정면에 수원광교박물관이 앞에 보입니다. 그리고 왼쪽으로 혜령군묘, 박물관 뒤쪽으로 심온선생묘를 갈 수 있습니다. 박물관 앞에는 수원 팔색길 중 여우길 스탬프 함이 있습니다. 이곳도 여우길 경유 구간입니다. 탄천을 따라 산책로가 잘 돼 있는데요, 시간이 된다면 한 번 걸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다리를 건너 혜령군 묘로 먼저 갔습니다. 묘 입구에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있는데요, 사당입니다. 솟을대문에 돈종문(惇宗門)이란 현판이 걸려있습니다. 안을 구경하고 싶었는데요, 관리상의 문제인지 아니면 코로나19 때문인지 문이 잠겨 있었습니다.
혜령군 이지 묘역입니다. 묘역 앞에 안내판이 있습니다. 이 묘역은 원래 수원 동문 내 조성된 후 1443년(세종 25) 왕명에 의해 광교신도시 내 혜령공원 자리에 천장하였다다가 광교신도시 개발사업으로 지금의 자리로 이전 복원되었습니다. 묘는 아래와 위에 각각 있습니다. 아래 묘역은 혜령군 아들 예천군과 손자 축산군의 묘라고 합니다. 묘를 쓸 때도 윗사람이 산 위에 아랫사람은 아래쪽에 썼습니다.
묘역 가장 위가 조선 제3대 왕인 태종의 아홉째 왕자 혜령군(1407~1440)과 그의 부인 무송윤 씨를 합장한 쌍분의 묘역입니다. 혜령군은 용모가 단아하고 매우 호방하며 외형적인 성품으로 사냥과 함께 무예 연마를 즐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 34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네요. 세종은 대신들과 하던 조회를 3일 동안 하지 않을 정도로 슬픔에 잠겼다고 합니다.
혜령군 묘역은 수원시 내 유일한 조선 시대 왕자 묘라고 하기에 다시 한번 눈길이 갔습니다. 묘 위에서 보니 문이 잠겨서 들어가지 못했던 돈종문(惇宗門) 사당이 한눈에 보입니다. 그리고 저 멀리 광교 시내도 보이고요. 잔디밭에 앉아 잠시 수원 시내를 내려다보며 쉬었습니다. 산 정상에 오른 만큼 뷰(view)가 좋은 명당입니다.
다음은 광교역사박물관 옆으로 갔습니다. 전통 기와 담장이 눈길을 끄는 곳입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소나무도 많습니다. 소나무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와서 그런가요? 기분마저 좋게 합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어 제가 전세를 낸 기분입니다.
시민 한 분이 전통기와 담장 옆에 핀 분홍 매화를 스마트폰에 담고 있습니다. 저도 가까이 가서 보니 매화꽃이 너무 예쁩니다. 벚꽃 명소나 축제를 하지 않아도 광교역사공원 전통 담장에서 운치있는 벚꽃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잔디도 많아서 아이들이 뛰놀기 정말 좋아요. 도심에 이렇게 넓은 잔디광장과 소나무 등으로 조경이 잘 가꿔진 공원 보기 힘들거든요. 이렇게 원이 넓고 크지만, 평일에 가서 그런가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주말에는 아무래도 좀 붐비겠죠?
이 나무는 보호수로 느티나무입니다. 1982년 지정됐는데요, 그때 수령이 370년이었습니다. 그러니 410여년 됐네요. 나무 높이가 13.3m, 둘레는 4.0m입니다. 지금은 앙상하지만, 여름에는 무성한 잎을 피우면 더 멋질 겁니다. 나무 보호를 위해 여름에도 그늘 아래 앉지 못하는 건 좀 아쉽네요. 그냥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운치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풍스런 정자도 있습니다. 정자 옆에 기와돌담을 보니 예쁘네요. 이런 돌담 사진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올리기 딱 좋습니다. 돌담 사이 평지에는 주말이면 가족 단위로 온 나들이 시민들이 소풍을 즐기듯 돗자리를 펴고 앉아 쉬는 곳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여기는 공원이 아니고 심온 선생 종중 사유지입니다. 그래서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답니다. 입구에 출입불가 안내판이 있습니다. 담장이 낮아서 안을 들여다 볼 수는 있습니다. 홍살문과 사당이 보이고요, 저 멀리 산 위에 심온 선생 묘가 보입니다.
묘는 올라갈 수 없지만, 안내판을 보니 심온(1375~1418) 선생은 조선 초기의 문신으로 11세때 진사가 되고 문과에 급제할 만큼 뛰어난 인재였습니다. 조선의 4대왕인 세종대왕의 장인(왕비 소현왕후의 아버지)으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1418년에 영의정이 되어 사신으로 명나라에 갔을 때 발생한 무술옥사에 연루되었다는 모함으로 귀국 도중에 의주에서 체포되어 수원에서 죽었습니다. 태종에 의해 죽은 많은 사람들 중 하나였는데요, 이후 무죄가 입증돼 1451년에 복관됐습니다.
공원을 걷다 보면 광교 카페거리와 바로 연결되는 통로가 나옵니다. 광교 카페거리는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성지로 많이 알려진 곳입니다. 광교역사공원을 둘러본 뒤 카페거리로 가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면 더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광교역사공원은 시민들이 역사를 배우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2012년 완공됐습니다. 공원에 연못이 있는 전통정원과 아담한 정자, 넓은 잔디광장이 있어서 아이들이 수원시 역사문화를 배우며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원입니다. 물론 부모들도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기 좋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광교역사공원으로 즐거운 가족 나들이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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