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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에도 소방청이 있었을까요? 네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이름이 소방은 아니고요, 금화도감(禁火都監)이었습니다. 금화도감의 한자 뜻을 풀이해보면 '禁火'는 ‘불을 금한다’라는 말이고요, '都監'은 한양에 설치된 감독기관이란 뜻이죠. 그러니까 금화도감은 한양에 설치된 불을 감독하는 기관, 즉 소방청이죠.
그럼 왜 금화도감이 설치되었을까요? 세종대왕이 즉위한 지 8년째인 1426년 음력 2월 26일. 세종대왕이 강원도로 사냥을 떠났습니다. 임금이 궐을 비운 사이 한양에서 유사 이래 최대의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때마침 서북풍이 크게 불어 한성부 남쪽으로 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습니다. 불을 끄려 했지만, 진압이 어려워 도성 안 가옥의 6분의 1이 전소되고 말았습니다.
실록에 나온 피해 규모를 볼까요? 수도 한성(漢城)에서 화적의 방화로 1,100채가 넘는 민가가 불에 타고 어린아이와 노인 등 최소 32명이 숨지는 큰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세종은 지금의 서울시청 격인 한성부(漢城府)에 금화도감(禁火都監) 설치를 명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방관청인 금화도감은 세종 8년(1426) 대화재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금화도감에서는 화재예방을 위해 청명절(4월 5일 전후의 건기) 3일 전, 바람이 불지 않는 이른 아침에만 불을 때어 음식 익히기를 허락하고 청명절 당일에는 하루종일 불과 연기를 일절 금하였습니다.(세종실록 1431년 4월 1일)
그리고 1467년(세조 13) 12월 20일 금화군은 멸화군(滅火軍)으로 이름이 바뀌고, 더욱 전문화된 소방대원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멸화군의 정원은 50명이고요, 24시간 상시 대기했습니다. 화재 진압을 위해 멸화군에 지급된 품목은 도끼 20개, 쇠갈고리 15개, 삼끈으로 꼰 동아줄 5개였습니다.
멸화군 근무는 어떻게 했을까요? 1명은 종루에 올라가 화재를 감시했습니다. 화재를 발견하면 즉각 종을 쳐서 상황을 알렸고요, 현장에 도착한 멸화군은 물에 적신 천과 급수비들이 퍼온 물을 이용해 불을 진압했습니다. 기와집은 지붕에 올라가 쇠갈고리로 기와를 걷어냈고요, 초가집은 지붕의 짚더미를 직접 치워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았습니다. 이때 종루 담당자는 불이 완전히 꺼질 때까지 계속 종을 치고 소리를 질러 불씨의 소멸을 도왔습니다.
지난 4월 초 서울 경복궁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근정전 계단 옆에 물을 담는 듯한 큰 용기가 있었습니다. 이게 뭘까요? 안내문을 보니 '드므'네요. 조선 시대 드므에는 물을 담아두었죠. 화재 진압용인 동시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긴장감을 늦추지 말라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궁궐에 불이 났을 때 화마(불귀신)가 드므에 담긴 물에 비친 자신의 흉측한 모습을 보고는 놀라서 도망가기를 바라며 설치해둔 것이기도 합니다. 조선 시대에는 화재가 일어나는 원인이 마귀에 의한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풍수지리의 영향을 받아 불길을 잡으려고 했던 흔적도 있었습니다.
광화문 앞에 가면 서 있는 것이 해치입니다. 해치는 물의 신입니다. 이 물의 신상을 광화문 정면에 배치한 이유는 바로 관악산의 화기를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관악산 정상의 모습을 보면 불타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화기가 궁궐에까지 이어져 화재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있어, 이를 막고자 세운 것이 바로 해태입니다.
조선 시대는 화재 진압에 멸화(滅火), (禁火) 용어를 썼죠. '불을 끄다, 막다'라는 뜻의 '소방'(消防)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고종 32년인 1895년부터라고 합니다. 고종실록에 따르면 고종은 1895년 음력 4월 29일 경무청(警務廳) 관제를 반포하면서 "(경무청 수장인) 경무사(警務使)는 내부대신(內部大臣)의 지휘 감독을 받아 전적으로 한성부 5부(部)의 경찰, 소방 및 감옥에 관한 일을 총할한다(제2조)"라고 명시했습니다.
금화군을 시작으로 지나온 600년의 우리나라 소방의 역사, 앞으로 시간이 더 흘러 우리나라 소방의 역사가 천년을 맞이한다 해도 소방관의 정신과 희생을 절대 변치 않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소방관들이 언제나 국민 곁에서 든든한 파수꾼이 되어주길 기대합니다. 소방의 날을 맞아 소방관들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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