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행복

수능시험 당일 부모들 심정 이렇습니다!

by 피앙새 2008. 11. 13.
반응형
오늘이 수능시험일이네요. 아침부터 수능관련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 59만에 가까운 수험생들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고생한 것을 단 하루만의 수능 시험으로 결정짓는 대학입학 제도 때문에 오늘 수능시험이 얼마나 떨리고 긴장되겠습니까?

수험생보다 이 시간 부모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차라리 아들 딸들의 어려움을 시험장에 가서 대신해 주고 싶은 마음일 겁니다. 그 마음을 작년에 먼저 겪어본 수험생 부모로서 그 때가 생각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능시험을 얼마 앞두지 않고 가뜩이나 심란하고 마음이 착잡한데, 신문과 방송에서는 수능에 관련된 뉴스들을 쏟아냅니다. 효험이 있다는 팔공산 갓바위에서 3천배를 하며 절을 하는 수험생들의 부모 모습, 수능시험지가 각 고사장으로 배달되는 사진, 수능 당일날 시험장 앞에서 기도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애끓는 부모 등 많은 모습들이 보도됩니다. 그런 보도를 볼 때마다 사실 수험생 부모들은 더 초조합니다.

작년에 큰 딸이 대학 수능시험을 봤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딸의 도시락을 정성껏 싸며 어떻게 아침을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수험생인 딸보다 제가 더 초조한 마음으로 수능날 아침을 시작했습니다. 전날 일찍 잠을 잔 딸은 다행히 컨디션이 좋아보였습니다. 큰 딸의 수능시험 때문에 오전 잠깐 시간을 낸 아빠와 함께 수능시험장으로 가는 시간은 억만년보다 더 길게 느껴 졌습니다.

고사장에 도착해서 딸에게 도시락을 쥐어주며 '차분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라!" 는 말을 건네고 가슴으로 포옹을 해주고 격려했습니다. 딸은 웃는 얼굴로 '걱정마요, 잘 할께요!' 하면서 종종걸음으로 고사장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딸의 모습이 안보일 때까지 물끄러미 바라보고, 교문 앞을 떠날 수 없어 한참을 그곳에 있었습니다.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걱정하며 고사장으로 보내는 모습이 어쩜 한결같은 표정일까요. 마치 물가에 내놓은 애처럼 걱정스런 그 표정속에서 부모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막 날개짓을 하기 위해 푸득 푸득 날으려는 새끼새를 바라다 보는 어미새의 심정일 겁니다.

수능 1교시가 시작되어도 많은 학부모들이 고사장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염주나 묵주를 들고 기도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어머니들이 고사장 앞에서 수험생 자녀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1교시가 시작되고 나서 제가 다니는 성당을 찾았고, 아빠는 회사로 갔습니다. 성당에는 이미 많은 학부모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침묵만이 고요하게 흐르는 성당안에서 침잠을 한 채 오직 딸만을 생각하며 기도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딸이 한 문제 한 문제를 풀듯이 저 또한 묵주를 돌려가며 끝이 없는 기도를 했습니다. 어쩌면 수능시험을 보는 딸을 위해 그 당시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기도를 하는데 옆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립니다. 잠시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서 보니 어느 어머니께서 수험생 자녀를 위해 기도하다가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아, 우리 어머니들의 마음이란게 다 이렇습니다.

하루 종일 기도를 했는데도 배가 고픈지도 못 느꼈습니다. 녹차 한잔을 마시며 잠시 성전 밖으로 나와도 오직 딸 생각 뿐이었습니다. 점심은 잘 먹었나? 혹시 긴장해서 밥 먹다 체하지는 않았나? 등 온갖 생각이 머리 속을 꽉 채웠습니다. 수능 당일은 만약 로또복권이 당첨되었다 해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저녁 5시가 되어 수험장으로 가서 딸을 기다렸습니다. 6시가 넘어서 수많은 학생들 틈에서 딸아이가 나오는 것이 보입니다. 오랜 시간 문제지와 씨름해서인지 다소 피곤해 보입니다. 교문을 빠져 나온 딸에게 달려가 가장 먼저 와락 안아주었습니다. 딸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창피했는지 '엄마 왜 이래요. 빨리 가요!' 합니다. 딸을 데리고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우리 모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마음속으로 서로 대화하며 왔는지 모릅니다. '시험 잘 봤어? 어렵지 않았니?' 하는 궁금증보다 무사히 시험을 잘 치루고 나온 딸의 대견함이 더 감사해서인지 모릅니다.

지금 이 시간 애끓는 부모들의 기도 소리가 지금 제 귀에 들리는 듯 합니다.
다행히 큰 딸은 평소 실력을 발휘해 올해 대학에 들어가 지금 잘 다니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 학무모들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수능시험 당일날의 초조한 하루! 오늘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학모들이 고사장 앞에서, 사찰에서, 교회에서, 성당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기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 기도만큼 오늘 수능시험을 보는 자녀들이 원하는 좋은 성적을 거두길 기원해 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