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행복

추석연휴뒤 남편이 차린 밥상 받아 보니

by 피앙새 2008. 9. 16.
반응형
짧기만 했던 추석 명절이 아쉽게 다 끝났습니다. 기간이 짧았던 만큼 주부들은 다른 때에 비해 몸과 마음이 더 많이 바빴습니다. 시댁에 가서 막내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하려다 보니 위로는 네 형님들과 시숙님들의 눈치 봐가며 음식 준비하랴, 설겆이 하랴, 힘들게 추석 연휴를 보냈습니다. 남들처럼 고향이 시골이 아니고 서울이어서 귀경전쟁을 치루진 않았지만 대신 큰 집이 가까운 관계로 일찍 가서 시장 봐다 음식하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어제 오후 늦게야 집에 온 저는 집에 오자마자 벌러덩 누워 이내 골아 떨어졌습니다. 저녁 준비할 시간이 되어도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저녁시간이 지나 일어나 보니 남편이 팔을 걷어 부치고 서툴지만 고무장갑을 끼고 저녁을 준비하는거 아니겠습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빠가 저녁을 준비하는 모습을 본 아이들이 한마디씩 합니다. 대학생인 큰 딸은 "아빠가 이젠 철들었나 봐요!" 하고, 고등학생인 둘째딸은 "아빠, 오랜만에 부엌일 하네~~!" 합니다. 사실 남편은 가끔 부엌일을 도와줍니다. 김장도 같이 해주고, 때로는 시장도 같이 보러 다닙니다. 이 다음에 늙어서 대우 받고 살려면 젊어서 잘하라는 저의 평소 엄포(?)에 못이겨 남들 하는 만큼은 해주며 살고 있는 겁니다. 아니 더 잘 해주는지 모릅니다.

어쨋든 어제 저녁은 남편이 평소 실력(?)을 발휘한 끝에 근사한 저녁을 준비했습니다. 큰 집에서 가져온 추석 음식을 그대로 내놓지 않고, 기름진 음식을 먹었던 속을 풀라고 얼큰한 김치찌게를 끓였습니다. 김치찌게는 남편이 제일 잘하는 음식이거든요. 적당히 쉰 김치 반포기를 꺼내어 포기째 냄비에 넣고 푹 끓입니다. 김치가 어느 정도 다 익을 무렵에 돼지고기와 두부를 썰어 넣고, 썰어놓은 대파를 넣고 보글 보글 끓입니다. 그러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피앙새집 김치찌게가 탄생합니다.

김치찌게를 끊여 놓고, 저를 깨웁니다. 식탁에 차려진 저녁 밥상을 보더니 놀라기도 하고 미안해하기도 합니다. 맛은 없지만 저는 "나보다 잘 끓인다!"며 격려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푹 익은 김치를 꺼내어 찢어서 밥에 얹어 먹으면 그야말로 꿀 맛입니다. 아이들과 제가 식탁에 모여 남편이 끓인 김치찌게지 하나 가지고 밥 한그릇씩 뚝딱 해치우는 것을 보니 행복합니다. 그리고 설겆이는 딸들이 나서서 합니다. 대신 남편은 제 팔다리를 주물러 주는 특별서비스(?)에 그날 저녁 저는 왕비가 된 기분이었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침에 연휴뒤 첫 출근이라 남편은 피곤할텐데, 일찍 일어나 아침 준비하는 것을 또 도와줍니다. 제가 먼저 일어나 쌀을 씻고 있는데, 남편은 옆에서 콩나물 국을 준비합니다. 추석 내내 기름진 음식과 떡 등을 먹어서 연휴뒤 첫 출근하는 날 아침은 가볍게 먹고 싶어서 콩나물국을 끓인다고 합니다. 콩나물을 씻어서 냄비에 넣어 볶다가 물을 붓고 끓입니다. 국이 끓을 때쯤 시원한 대파 썰은 것을 넣고 다시다로 간을 맛추니 시원합니다. 이제 남편은 일류요리사 못지 않은 실력을 발휘합니다. 아이들이 일어나 부부가 아침 준비하는 것을 보더니 또 한마디씩 합니다. 막내딸의 말이 아침밥을 준비하는 우리 부부를 배꼽 잡게 만듭니다.
"오늘은 왜 쌍으로 일어나 난리에요...??"

추석때 고생한 아내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위로해 주겠다는 생각에서 밥을 한 남편입니다. 가끔은 이렇게 아내의 부엌일을 대신해서 해주는 남편이 고맙기 그지 없습니다. 부엌일에 취미 붙이면 생각보다 재미 있습니다. 남편 자랑 하는 이런 글 쓰면 네티즌들부터 '찌지리', '팔불출' 이라고 뭇매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음식준비에 지친 아내들을 대신해서 앞치마를 두룰줄 아는 남편이 되어 보십시요.
가정에 평화와 화목이 찾아 온답니다. 그리고 사랑과 행복이 넘쳐 흐를 것 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