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시댁은 시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큰 댁에서 차례를 지냅니다. 7형제 중에서 남편이 막내인데, 형제가 많은 집이라 조카들도 많습니다. 시누이 2명을 빼고 남자 형제 5명이 다 모이면 가족수가 무려 21명인데, 이중 세뱃돈을 주어야할 조카들은 7명입니다. 조카들중 장손은 결혼을 해서 세뱃돈을 안준다 해도 결혼 안한 조카 1명, 대학생 3명, 중고등학생 2명입니다. 그런데 대학생과 중고등학생 조카들에게 세뱃돈을 주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장가를 안간 조카까지 세뱃돈을 주는 남편에게 올해는 주지 말자고 하니 남편 왈, “졸업하고 아직 취직도 못했는데, 용돈이라도 줘야 하지 않나?” 하면서 세뱃돈 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아마도 남편은 세배돈이 아니라 용돈을 주는 것 같은데, 세뱃돈 명목으로 주는 것 같습니다. 장성한 조카에게 세뱃돈 주는 문제는 집집마다 다를 듯 합니다.
세뱃돈이든, 용돈이든 문제는 다 큰 조카에게 주는 돈의 액수입니다. 1~2만원 쥐어줄 수 없어 10만원 정도 줍니다. 이 돈이면 나머지 조카들 세뱃돈과 거의 맞 먹습니다. 대학생은 3만원, 중고등학생은 2만원씩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다니는 셋째집 조카는 매년 세뱃돈 줄때마다 중학생과 똑같이 주면 안된다고 항의(?)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1만원이라도 더 달라는 겁니다. 설날을 보내고 나면 중고등학생 조카들은 친구들끼리 이번 설날에 세뱃돈 얼마를 받았다며 서로 비교하고 자랑하나 봅니다. 물론 우리 딸들도 세뱃돈을 받기 때문에 세뱃돈 지출과 수입을 비교하면 그리 큰 차이가 없습니다. 결국 세뱃돈은 자기 자녀들에게 용돈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뱃돈을 주면서도 같은 뱃속에서 나온 형제들이지만 이중 짠돌이 시숙님이 한분 계십니다. 대학생 자녀 둘을 두었기 때문에 들어오는 셋쌔 형님댁 세뱃돈은 많지만 조카들에게 주는 돈은 적게 줍니다. 그러니까 받는 돈은 대학생이기 때문에 3만원씩 2명이 받는데, 주는 돈은 5천원 내지 1만원입니다. 많이 받고 적게주는 겁니다. 뭐, 세뱃돈 같고 이러쿵 저렁쿵 하기는 뭐하지만, 기준이 없어서 매년 이런 일은 반복됩니다. 세뱃돈을 받는 다른 조카들도 셋째 시숙님이 주는 봉투는 그리 큰 기대를 안합니다.
올해는 남편에게 세뱃돈 기준을 정해서 주자고 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아직 장가를 가지 않은 조카는 주지 말고, 대학생은 3만원, 고등학생은 2만원, 중학생은 1만원으로 하자고 했는데, 너무 짠가요? 요즘 경기도 좋지 않고, 세뱃돈이라는게 많이 준다고 좋은 것은 아니란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남편과 이야기를 하고 가도 남편은 설날 아침 기분에 따라 돈을 줍니다. 세뱃돈으로 미리 은행에 가서 신권으로 30만원을 바꾸어 놓으라고 해서 바꾸어 놓았는데, 얼마나 풀지 모릅니다.
옛날에는 친척 어르신과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새해 인사를 다니는 의미로 새배를 다녔고, 세뱃돈 대신 새해 덕담과 떡, 과일 등을 얻어먹고 왔는데, 요즘 아이들은 1년중 용돈 대목을 맞는 날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뱃돈 액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 그해 운수를 판단하기도 합니다. 즉 세뱃돈을 많이 받으면 그해 운수대통이고, 적게 받으면 그해 조심해야겠다며 액운으로 생각합니다.
설날 아침 세뱃돈 줄때마다 고민이 되는데, 어떻게 줘야 주는 사람도 기분이 좋고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을까요? 이런 문제는 저희집만의 고민은 아닐 듯 합니다. 그래도 받는 사람을 생각해서 예쁜 봉투에 10만원, 3만원, 2만원 이렇게 세종류의 봉투를 준비했는데, 남편은 아마도 세뱃돈을 받은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부족하다고 느낀다 싶으면 추가로 지갑을 열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는 주는 마음, 받는 마음 모두 풍성한 설날 세뱃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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