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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민폐 없는 예능프로 샘플을 보여준 무한도전

by 피앙새 2008.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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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1박2일의 부산 사직구장 촬영 추태는 야구팬들의 분노를 샀고, 결국 사과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스탭진과 출연자들이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든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민속으로 다가가 그속에서 재미를 찾다보니 촬영시 민폐문제는 잦은 시비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제 무한도전민폐없이 예능 프로그램을 어떻게 제작해야 하는지 그 샘플을 보여준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번주 무한도전의 컨셉은 크게 두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특집으로 멤버들이 우스꽝스런 복장을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남산 팔각정으로 모이는 미션, 두번째는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를 흉내낸 무한도전 멤버 속이기였습니다. 첫번째 미션은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는 미션이라 시민들에게 혹시 불편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봤는데, 시종일관 멤버들이 '죄송합니다!'를 말하며, 촬영에 대한 양해를 먼저 구하는 좋은 모습을 보였고, 두번째 몰카 컨셉에서도 노홍철 집앞에서 벌어진 가짜 기자들 취재과정에서 노홍철이 '동네사람들 피해주니 다른곳으로 가자!'고 말하는 등 1박 2일과는 다른 제작 행태를 보여 역시 무한도전다운 연출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민들에게 불편함 주지 않으려는 노력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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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민남매 이용대,이효정이 출연할 당시 배드민턴 테스트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한 유재석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의 멤버가 지못미 복장을 하고 남산 팔각정으로 모이라는 미션을 받았습니다. 이동수단은 대중교통을 타고 가는 것입니다. 당연히 촬영으로 인한 민폐 걱정이 되었습니다.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나타난 무도 멤버들을 보고 시민들은 처음엔 놀라고, 당황하고, 또 도망가기도 했지만 나중에 무도 멤버들임을 알아채고 얼싸 안고 반가움을 표시하기도 하는 등 재미 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멤버들이 버스나 지하철을 탈때도 혹시 시민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이는 그제 1박2일이 사직구장에서 보인 추태와 너무도 대비되는 것 같아 그런 것 같습니다. 정준하는 버스를 타고갈 때 '죄송합니다! 무한도전 찍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 또 지하철을 타고 갈때는 재석에게 온 전화를 받을때 공공장소이기 때문에 빨리 끊어야 한다고 말하며 촬영으로 인해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배려하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았습니다.

지못미 복장 그자체가 시민들에겐 재미있는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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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멤버들이 오랜만에 재미있는 복장과 표정으로 거리로 나섰습니다. 정준하는 쿵후펜더, 박명수는 조커, 노홍철은 왕비호, 전진은 신인시절 까치머리에 체육복 차림, 정형돈은 엄정화를 흉내낸 디스코돈으로 변신했습니다. 이들이 남산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나 지하철역에 나타난 그 모습 자체만으로도 시민들은 즐거워 했습니다. 무도 멤버인줄 알아보고 함께 사진을 찍고, 쿵후펜더 정준하의 볼록한 배를 만져보고, 전진의 길거리 공연에서는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준하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때는 어떤 여성이 준하의 화장까지 고쳐주며 시민들과 함께 하는 예능프로란 이런 것이란 것을 보여 주는 듯 했습니다. 무도 멤버들이 남산까지 이동하면서 만난 학생, 아줌마, 아저씨, 분식집 아주머니까지 모두 하나가 되어 제작된 무도 지못미편은 아름다운 한편의 깜짝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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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카메라 진행자로 나선 정형돈에 당한 무도 멤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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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돈이 멤버중 어젠 단독진행자로 나섰습니다.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컨셉을 따서 정형돈이 기획, 연출까지 하면서 멤버들을 대상으로 '잔혹한 출근길' 몰래카메라를 진행한 겁니다. 멤버들 집앞으로 벌떼처럼 몰려든 기자들 앞에서 유재석, 노홍철, 전진, 정준하 모두 당했지만 여우같은 박명수를 속이지는 못했습니다. 박명수는 몰래카메라 불패전적을 갖고 있는데, 이번에도 명수를 속이지는 못했습니다.

유재석은 '정형돈 팀내 불화설로 은퇴'란 질문에 급당황 했고, 노홍철은 '빨간 하이힐의 그녀와 데이트중'이란 기자들의 질문에 엑스트라로 등장한 빨간 하이힐 여자를 쇼핑백으로 가려주며 그녀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주려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혹시 자기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이 기자들이 몰려와 소란을 피워 피해를 줄까 배려할 때는 인간 노홍철의 진면목을 보는 듯 했습니다. 전진은 '신화 멤버에서 퇴출설'에 울먹이며 사장에게 확인전화까지 하는 등 아직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보였습니다. 정준하 역시 홍대에서 묘령의 여자와 밥먹던 사진이 공개된 이후 '열애설' 질문에 아니라고 펄쩍 잡아떼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박명수는 속이지 못했습니다. '정준하 무한도전에서 하차'란 거짓말로 속이려 했는데, 낌새를 알아챈 박명수가 여기 저기 살펴보다 결국 숨어 있던 정준하를 발견한 것입니다. 과연 박명수는 몰카 불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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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말 예능 프로그램들의 시청률 경쟁이 뜨겁습니다.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그러나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방송사가 마치 큰 권력기관이라도 되는 양 시민들의 불편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제작하려는 행태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 1박2일과는 다른 모습으로 제작한 무한도전은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프로그램을 제작하였고, 그속에서 재미와 다양한 볼거리까지 제공해 주어 오랜만에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기분좋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무한도전도 '돈을 갖고 튀어라'편에서 정준하가 열차를 타고 촬영시 승객들에게 보인 불썽 사나운 행동 등 여러 물의를 일으켰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시민과 함께 하며, 불편을 주지 않고 프로그램을 제작하려 노력했다는 것은 높이 살만합니다. 앞으로도 모든 예능 프로그램들이 어제 무한도전처럼 시민들에게 불편함이나 민폐를 끼치지 않고, 함께 호흡하고 즐기며 촬영하는 제작풍토가 조성되길 기대합니다. 그래서 무한도전 김태호PD등 스탭진과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아낌 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어제 무한도전 마지막 부분에서 자막으로 나온 문구가 예능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규칙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촬영에 협조해준 모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무한도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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