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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행복

남편의 금연 결심, 올해는 성공할까?

by 피앙새 2009.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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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에게 담배는 무엇일까요? 식후연초라며 담배 없이는 하루도 못살것 같은 애연가들에게 담배는 마누라나 자식들보다 더 중요한 기호식품인지 모릅니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것은 담배가 가지고 있는 마약 성분과 습관성 버릇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매년초만 되면 애연가들이 비록 작심삼일이 되도 연례행사처럼 한번씩 꼭 하는 것이 바로 금연 결심입니다.

남편은 30대 중반에 늦게 담배를 배웠습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하루 한갑씩 담배를 피우는 골초입니다. 결혼전에 담배를 피지 않던 남편은 결혼후 30대 중반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는데, 일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었습니다. 직장에서 30대 중반이면 한창 일할 나이고 승진 등 심적인 부담도 가장 많을 때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남편이 벗어놓은 양복을 세탁소에 맡기기 전에 주머니를 주섬 주섬 뒤지는데 담배가 나와 깜짝 놀랐습니다. 그때는 그래도 회사에서만 담배를 피우고 어린 아이들을 생각해서인지 집에서는 피지를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후 집 베란다에 나가서까지 담배를 피우는 남편은 우리 집 두 딸들과 제게 가끔 눈총을 받았습니다. 이유는 “왜 건강에도 안좋은 걸 자꾸 피워대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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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두 딸과 함께 아내로서 남편의 흡연에 대해 만류를 했지만 심하게 제지하지는 못했습니다. 남편이 건강에 안좋은 담배를 계속 피워대는 것을 나름대로 일단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저 역시 커피 카페인 향내에 취해 하루 2~3잔의 커피를 끊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초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남편이 가족들 앞에서 금연을 선언한 것입니다. 그러나 매년초 하던 연례행사려니 하고 반신반의 했는데, 아직까지는 남편이 담배를 피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회사에서 담배를 피는지 몰라도 여자들 특유의 발달된 후각(?)으로 보면 담배냄새는 나지 않습니다. 사실 남편의 금연에는 딸들이 지대한 공을 세웠습니다. 남편이 담배를 필 때마다 작은 딸은 “아빠, 담배 끊으면 내가 매일 뽀뽀해줄 께요. 담배 냄새 때문에 뽀뽀하기 싫잖아요.” 라며 애교를 부렸고, 큰 딸은 “아빠, 나도 담배 피우고 싶어요. 아빠가 담배를 피는 걸 보니 구수한데요?” 하며 은근히 아빠를 압박했습니다. 저 또한 남편이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오면 심한 니코틴 냄새 때문에 토할 것 같다며 가끔씩 불쾌한 표정도 지었습니다. 이렇게 세 여자가 협공과 압박을 하자, 남편도 지난해말부터 담배를 끊어야겠다며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금연을 선언한 올 초부터 저는 남편의 금연도우미가 되었습니다. 저녁을 먹은후에 가장 먼저 한 일은 남편 운동시키기입니다. 밥 먹고 무료함을 느끼다 보면 남편이 담배생각이 날까봐 설거지도 미룬채 집 근처 공원으로 나갔습니다. 찬 바람이 부는 날씨지만 시원한 공기를 마시는 것은 건강에도 좋지만, 무엇보다 부부애를 다지는데도 좋았습니다. 집에 있던 재떨이와 라이터 등은 모두 없애고, 남편이 담배 생각이 난다 싶을 때마다 사과, 오렌지, 귤 등 과일을 갖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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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금연 선언후 첫 일주일을 가장 힘들어 했습니다. 금단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무언가 초조한 듯 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로서 ‘또 금연에 실패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고 나니 남편은 어느 정도 심리적 안정감을 찾아가는 듯 했습니다. 요즘에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남편은 금연 선언후에도 얼마동안은 회사에서 직장 동료들과 담배 한두개피 쯤은 피웠다고 합니다. 단번에 끊는다는 것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직장에서도 일체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남편의 금연 작심삼일이 드디어 끝나나 봅니다.

10년 이상 피워오던 담배를 끊으니 남편 몸에서 나던 니코틴 냄새가 사라졌습니다. 담배 냄새가 날 때는 남편이 ‘영감’처럼 보였는데, 이제는 ‘총각’처럼 보입니다. 담배 냄새만 안나도 남자들이 다시 보입니다. 남편의 주머니에는 담배 대신에 이젠 은단이 들어있습니다.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남편이 한알씩 입에 넣는 은단향이 저는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좋은 향기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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