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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행복

동창회 나가면 이런 꼴불견 꼭 있다!

by 피앙새 2008.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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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보내며 묵은 때를 씻고 새롭게 한해를 맞이하기 위한 모임이 많을 때입니다.
회사에서는 연말 망년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기입니다. 요즘은 경기가 안좋아 옛날처럼 '부어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는 아니어도 조촐한 모임자리는 어느 회사나 다 있을 겁니다.

주부들도 문화센터 동아리, 동대표 모임, 동창회, 등산클럽 등 이런 저런 모임이 연말에 꽤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여고동창생 모임입니다. 1년에 한 두번 모이는 여고동창회를 지난주에 다녀왔습니다. 늘 그렇듯이 동창회를 갔다 오고 나면 '괜히 갔다 왔나?'하는 생각이 드는데,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바로 동창회때마다 보이는 꼴불견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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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순수했던 우정은 다 어디로 가고 동창회만 가면 왜 그리도 변한 친구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첫째, '우리 남편 이번에 승진했어!' 남편 자랑
동창회 자리가 남편들 안부 궁금해서 모인 자리는 아닙니다. '우리 남편 이번에 부장으로 승진했어!', 우리 남편 미국으로 발령받아 다음달에 가는데, 나도 따라갈까봐?', '우리 남편은 연말 보너스가 300% 정도 나온다네...' 저마다 남편자랑 한마디씩 합니다. 여고동창생 남편같은 사람들만 있으면 아마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선진국이고, 요즘의 경기침체 걱정 없습니다. 저마다 잘난 남편들만 있는데, 우리 라가 무슨 걱정이겠습니까? 잘난 남편 밑에 꼴불견 아내 두고 사는 사람들이 안스럽습니다.

둘째, '너 학교다닐때 공부 잘했는데, 왜 그렇게 사니?'
자본주의 사회다 보니 돈이 모든 것의 가치기준이 된 듯 합니다. 학교 다닐때 공부를 잘했던 동창생 한명은 성격이 고지식해서 그런지 재테크 주변도 없어 아직 집장만도 못하고 삽니다. 그런데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고 공부는 지지리도 못했는데, 남자 하나 잘 만나 떵떵 거리고 사는 동창생이 '너 학교다닐 때 공부 잘하더니 왜 그렇게 사니?'라고 말하면 듣는 동창생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거북합니다. 은근히 학교 다닐때 공부못했던 설움을 동창회에서 풀고 싶은 건가요?

셋째, '나 올해 보험왕 해야돼' 보험들어 달라!
올 여름에 모 동창생이 모험모집인으로 맞벌이를 시작했다며 명함을 돌리길래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그래서 이왕 자동차보험 들거면 동창생에게 들어주는게 낫다고 생각해 지난 10월에 자동차보험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연말 동찰회에서는 아예 드러내놓고 월 3만원짜리 생명보험 하나씩 들어달라고 생떼(?)를 씁니다. 사실 요즘처럼 어려운 때에 보험 하나 더 들기가 어디 쉽나요? 경제 사정이 어렵다고 하니까 '3달만 붓다가 해약하면 된다.'며 계속 들어달라고 하는 동창생을 보면 동창회 나가고 싶은 마음이 뚝 끊깁니다. 동창회가 보험세일즈하는 곳은 아니잖아요?

넷째, '내가 다 낼께.' 더치페이 안하고 돈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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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창생들은 대부분이 전업주부입니다. 경제적으로도 한창 자녀들 학비 등으로 빠듯한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모임이 끝난후 식사비는 더치페이가 원칙입니다. 그런데 식사후에 '이번 식사비 내가 다 낼께.'하는 동창생이 있습니다. 뭐 여유가 있고 돈이 많아 동창들을 위해 식사 한끼 쏘겠다는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제가 보기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리 썩 넉넉치도 않으면서 호기를 부리며 다 내겠다고 합니다. 오히려 보험 들어달라고 생떼를 쓰던 동창생이 한턱 쏘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에 4명의 동창생이 보험을 들어주었는데, 식사비 정도는 한번 계산해주면 다음에 보험도 들어주고 하는 거 아닌가요? 여고 동창회라 해봐야 기껏 20여명 모이니 30만원이면 떡치는데 말이죠. 그런데 세상은 제가 생각하는데로 돌아가지는 않더군요. 결국 저는 올 연말 동창회 공짜로 다녀왔습니다.

다섯째, '우리 딸 ○○대학 붙었어!' 자식 자랑
어찌나 자식을 잘 두었는지 모두 다 장학금 받고, 고등학생 자녀를 둔 집은 대학 걱정 하나 없습니다. 동창들의 자식 자랑을 듣고 있노라면 우리 나라의 미래는 세계 어느 나라 부럽지 않을만큼 밝습니다. 모두 다 하나같이 자식을 잘 둔 것을 부러워해야할 지, 아니면 반은 그냥 한귀로 흘려 듣고 말아야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암튼 자식 농사 하나는 모두 다 잘 지은 듯 자식자랑 수다는 끝이 없습니다.

이외에도 '학창시절 서로가 서운했던 얘기', '보톡스를 맞았다는 등 성형에 대한 관심', '여고시절 짝 사랑했던 남자친구 근황 얘기', '부동산과 증권 투자 얘기', '담임샘에 대한 추억과 험담(?)' 등 여자들의 수다는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야기 싫컷 하고나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전화로 하자고 하는 것이 바로 여자들의 생리입니다. 여자 셋이 모이면 바가지 깨지긴 깨지나 봅니다.

올해도 여고동창회를 다녀온 기분은 씁쓸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동창생들이 철이 들어야 하는데, 요즘 세상이 변해서 그런지 나이를 거꾸로 먹나봅니다. 그러니 아직도 철이 들지 않은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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