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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부쩍 남편의 어깨가 유난히 무거워 보입니다.
출근시키기 위해 아침에 깨울 때 다른 때 같으면 벌떡 일어났는데 아침을 차리기 전에 한번 깨우고, 식탁에 밥을 다 차려놓고 깨워도 남편은 일어나기가 힘든지 무겁게 몸을 일으킵니다. 연말이라 일도 많고 회식도 많아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작년 다르고 올 다른 걸 보니 남편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나 봅니다.
어제는 잠자리에서 유난히 식은 땀을 흘리며 잠꼬대를 하는 남편의 얼굴을 어둠 속에서 물끄러미 한참 바라 보았습니다. 결혼할 때 하늘의 달과 별을 모두 따주겠다며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았던 남편의 슈퍼파워(?)는 온데 간데 없고, 이젠 제가 남편을 대신해서 달과 별을 따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어느새 머리엔 새치가 하나 둘씩 보이고 가끔씩 뽑아달라고 해서 한 두개씩 뽑곤 했는데, 이젠 염색을 해야 할 정도로 머리 전체가 희끗 희끗 합니다. 세월의 연륜이고 훈장이라고 '허허~' 하며 너털웃음을 짓는 당신 얼굴에서 이제는 삶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엇그제 큰 딸의 겨울방학 해외 연수비용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어! 그래? 아빠가 해줄께. 걱정마!" 하고 호기 있게 말을 하고는 잘 피우지도 않는 담배 한개비를 물고 베란다로 나가는 당신의 어깨를 보며 가슴속으로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정녕 남편은 고학으로 공부하며 어렵게 자랐지만 자식들만은 돈 걱정하지 않고 공부시키겠다며 자식들 일에는 두손, 두발 다 들고 달려드는 남편입니다.
겨울이 되어도 흔한 잠바 하나 못 사입어도 아이들 옷과 겨울 부츠를 걱정하는 당신의 어깨가 그래서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지도 모릅니다. 아이들 대학 졸업시키고 시집까지 보내려면 아직 한참 일해야 한다며 직장에서도 늘 긴장한 채 일할 남편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어느새 사오정을 넘어 오륙도로 가기 위해 오늘도 회사와 가족밖에 모르고 사는 남편은 우리 시대 386세대의 고민을 다 안고 살아가는 듯 합니다.
먹고 살기 힘든 시대에 태어나 고생을 하며 살아왔지만 이젠 직장에서 명퇴를 걱정하는 불쌍한 세대가 되었습니다. 가끔 남편은 학창시절을 돌아보며 '지금 내가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할때는 측은하기까지 합니다.
얼마전에는 절칠한 대학동창 한 명이 다니던 회사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명퇴를 했을 때 내일처럼 가슴 아파하며 그날 밤새도록 술을 드시고 새벽녘에 들어왔습니다. 집에 들어와서 술주정 반, 진담 반으로 "난 알 짤릴꺼야, 내가 짤리면 우리 가족 어떻게 해!" 하며 혀 꼬부라진 말을 했지만 그 말속에 당신이 얼마나 가족들을 고민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느껴졌습니다. 그런 남편을 위해 아무 것도 도와줄 수 없는 제 자신이 미워 그날 남편을 출근시키고 난후 하루 종일 우울했습니다. 지금 남편은 세상 풍파를 다 헤쳐가며 살고 있는데, 난 온실속의 화초처럼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전업주부에서 이제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남편의 어깨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야하나 등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남편과 제가 손잡고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가야할 길이 더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들어 남편은 무척 초조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스트레스를 받는지에 대해 일절 얘기를 하지 않는 남편이기에 그만큼 더 마음이 아픕니다. 남편보다 나이 어린 직장상사가 혹 남편에게 심한 말은 안했는지, 월말 실적이 좋지 않아 의기소침하진 않았는지, 내년도 인사고과와 승진을 앞두고 잔뜩 긴장하며 상사 눈치는 보지 않는지, 연말 보너스가 적어 사기가 떨어진 건지 등등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남편은 늦은 밤 퇴근할 때 늘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집으로 들어섭니다. 예전에 그 미소가 자신감으로 보였지만 요즘은 안스러움 그 자체입니다.
오늘도 남편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회사로 나갔습니다. 늘상 반복되는 회사일지만 남편에게 오늘만큼은 힘이 되어 주고 싶어, 잘 보내지도 않는 문자메시지를 날립니다. "여보! 힘들지요? 당신곁에는 세상을 다 얻은 듯 했던 두 딸과 인생 최고의 선택이라는 제가 있으니 힘내세요!" 문자를 보내고 난뒤 뭐가 그리 바쁜지 한참 뒤에야 답신이 옵니다. "응! 알았어" 비록 재미 없는 문자 답신이지만 제겐 세상 최고의 연애편지를 받은 기분입니다.
요즘 남편의 어깨가 무거울 때 어떻게 해야 가볍게 할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집은 아이들 교육비 등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갈 때입니다. 어떻게든 남편이 10년은 더 직장을 다녀야 아이들 교육 끝내고 시집 보내고, 그 이후엔 조금 여유가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이런 우리 집 사정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는 남편의 어깨가 무거워 보이는 건 어쩜 당연하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퇴근후 지친 몸으로 들어올 남편의 무거워진 어깨라도 주물러줘야겠습니다.
출근시키기 위해 아침에 깨울 때 다른 때 같으면 벌떡 일어났는데 아침을 차리기 전에 한번 깨우고, 식탁에 밥을 다 차려놓고 깨워도 남편은 일어나기가 힘든지 무겁게 몸을 일으킵니다. 연말이라 일도 많고 회식도 많아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작년 다르고 올 다른 걸 보니 남편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나 봅니다.
어제는 잠자리에서 유난히 식은 땀을 흘리며 잠꼬대를 하는 남편의 얼굴을 어둠 속에서 물끄러미 한참 바라 보았습니다. 결혼할 때 하늘의 달과 별을 모두 따주겠다며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았던 남편의 슈퍼파워(?)는 온데 간데 없고, 이젠 제가 남편을 대신해서 달과 별을 따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어느새 머리엔 새치가 하나 둘씩 보이고 가끔씩 뽑아달라고 해서 한 두개씩 뽑곤 했는데, 이젠 염색을 해야 할 정도로 머리 전체가 희끗 희끗 합니다. 세월의 연륜이고 훈장이라고 '허허~' 하며 너털웃음을 짓는 당신 얼굴에서 이제는 삶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엇그제 큰 딸의 겨울방학 해외 연수비용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어! 그래? 아빠가 해줄께. 걱정마!" 하고 호기 있게 말을 하고는 잘 피우지도 않는 담배 한개비를 물고 베란다로 나가는 당신의 어깨를 보며 가슴속으로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정녕 남편은 고학으로 공부하며 어렵게 자랐지만 자식들만은 돈 걱정하지 않고 공부시키겠다며 자식들 일에는 두손, 두발 다 들고 달려드는 남편입니다.
겨울이 되어도 흔한 잠바 하나 못 사입어도 아이들 옷과 겨울 부츠를 걱정하는 당신의 어깨가 그래서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지도 모릅니다. 아이들 대학 졸업시키고 시집까지 보내려면 아직 한참 일해야 한다며 직장에서도 늘 긴장한 채 일할 남편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어느새 사오정을 넘어 오륙도로 가기 위해 오늘도 회사와 가족밖에 모르고 사는 남편은 우리 시대 386세대의 고민을 다 안고 살아가는 듯 합니다.
남편의 어린 시절(가운데 사진)
얼마전에는 절칠한 대학동창 한 명이 다니던 회사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명퇴를 했을 때 내일처럼 가슴 아파하며 그날 밤새도록 술을 드시고 새벽녘에 들어왔습니다. 집에 들어와서 술주정 반, 진담 반으로 "난 알 짤릴꺼야, 내가 짤리면 우리 가족 어떻게 해!" 하며 혀 꼬부라진 말을 했지만 그 말속에 당신이 얼마나 가족들을 고민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느껴졌습니다. 그런 남편을 위해 아무 것도 도와줄 수 없는 제 자신이 미워 그날 남편을 출근시키고 난후 하루 종일 우울했습니다. 지금 남편은 세상 풍파를 다 헤쳐가며 살고 있는데, 난 온실속의 화초처럼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전업주부에서 이제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남편의 어깨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야하나 등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남편과 제가 손잡고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가야할 길이 더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들어 남편은 무척 초조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스트레스를 받는지에 대해 일절 얘기를 하지 않는 남편이기에 그만큼 더 마음이 아픕니다. 남편보다 나이 어린 직장상사가 혹 남편에게 심한 말은 안했는지, 월말 실적이 좋지 않아 의기소침하진 않았는지, 내년도 인사고과와 승진을 앞두고 잔뜩 긴장하며 상사 눈치는 보지 않는지, 연말 보너스가 적어 사기가 떨어진 건지 등등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남편은 늦은 밤 퇴근할 때 늘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집으로 들어섭니다. 예전에 그 미소가 자신감으로 보였지만 요즘은 안스러움 그 자체입니다.
오늘도 남편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회사로 나갔습니다. 늘상 반복되는 회사일지만 남편에게 오늘만큼은 힘이 되어 주고 싶어, 잘 보내지도 않는 문자메시지를 날립니다. "여보! 힘들지요? 당신곁에는 세상을 다 얻은 듯 했던 두 딸과 인생 최고의 선택이라는 제가 있으니 힘내세요!" 문자를 보내고 난뒤 뭐가 그리 바쁜지 한참 뒤에야 답신이 옵니다. "응! 알았어" 비록 재미 없는 문자 답신이지만 제겐 세상 최고의 연애편지를 받은 기분입니다.
요즘 남편의 어깨가 무거울 때 어떻게 해야 가볍게 할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집은 아이들 교육비 등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갈 때입니다. 어떻게든 남편이 10년은 더 직장을 다녀야 아이들 교육 끝내고 시집 보내고, 그 이후엔 조금 여유가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이런 우리 집 사정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는 남편의 어깨가 무거워 보이는 건 어쩜 당연하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퇴근후 지친 몸으로 들어올 남편의 무거워진 어깨라도 주물러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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