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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행복

빼빼로데이에 받아온 작은 딸의 선물

by 피앙새 2008.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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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1자가 나란히 네 개가 붙은 특이한 날입니다. 오늘이 가래떡데이인 동시에 빼빼로데이라지요? 달력을 보니 농업인의 날이라고도 써 있네요. 어제가 빼빼로데이 전날이었는데 우리 집에 큰 사건(?)이 하나 터졌습니다. 우리집 막내가 남자친구에게 과자와 초콜릿이 든 선물상자를 받아온 사건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작은 딸은 지금까지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조차 몰랐는데, 빼빼로데이 전날인 어제 저녁에 예쁘게 포장된 선물 꾸러미를 들고 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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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야자(야간자율학습)가 끝나고 오기를 기다리며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아빠에게 선물을 들고 오는 것을 들킨 막내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습니다. 예쁘게 정성들여 포장된 선물을 보고 여자친구들끼리  선물을 주고 받을 리가 만무한지라 아빠는 금방 눈치 채고 누구에게 받은 거냐며 물었죠. 막내는 얼굴만 빨개질 뿐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선물 세트는 한 개가 아니고 3개나 되었습니다. 아니 그러면 남자친구가 3명이란 말인가! 아빠는 이 초유의 사태에 어찌 대처를 해야 하는지 몰라 안절부절 하며 딸의 얼굴만 한참동안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자기는 고등학교때 여자친구 없었어요?" 하며 넌지시 딸을 변호하는 말을 했습니다. 아빠와 딸의 충돌을 막아보려는 생각에서 말이죠. 아빠는 딸들에게 조금은 엄격하고 보수적인 사람입니다. 딸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이 다 그렇지 않을까요?

아빠는 딸에게 "공부하는 학생 신분에서 남녀간 친구관계는 안돼. 대학교 가서 싫컷 미팅 해라!"는 말을 하고는 굳은 표정으로 안방으로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립니다. 작은 딸은 아빠가 자기 마음도 몰라주는 것이 못내 서운해 하는 눈치입니다. 이 와중에서도 대학교에 다닌 큰 딸은 연신 선물을 만지작 거리며 "야~ 좋겠다!"를 연발 하며 내심 부러운 표정입니다. 눈치 코치도 없이...

밤 12시가 넘어 아빠는 작은 딸 방으로 건너가 한참 이야기를 하는 눈치입니다. 들어 보니 한창 공부할 나이에 남자친구는 도움이 되느니, 안되느니... 뭐 이런 얘기들입니다. 작은 딸은 아빠 얘기를 다 듣더니, 자기 의사와는 상관 없이 남자들이 빼빼로데이라 선물을 준 것이고, 안받겠다고 해도 집 앞까지 찾아와 할 수 없이 받았다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랍니다. 그러면서 대학입학때까지 남자친구 절대 안사귈 것이니 아빠는 걱정을 하지 말라고 하네요. 아빠는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지 딸 방에서 나옵니다. 그러면 그렇지... 누구 딸인데요...ㅎㅎㅎ

작은 딸이 벌써 남자친구에게 빼빼로데이 선물을 받는 것을 보니 저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보네요.
그리고 이제부터 딸의 남자친구까지 감독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일이 추가된 것 같아 조금은 기분이 묘하게 느껴집니다.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에 남자친구까지 신경쓰는 걸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요? 아무리 건전한 이성교제라 하다라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게 저와 애들 아빠의 생각입니다. 딸 자식을 둔 부모의 원죄(?)라면 그 죄값을 이제부터 치러야 하는 걸까요? 요즘은 딸 자식을 두어야 이 다음에 비행기 탄다는데... 나도 우리 딸들 덕분에 비행기 좀 탈 수 있을까요?

과자를 더 많이 팔기 위해 제과회사에서 상술로 만든 빼빼로데이!
빼빼로데이라는 그 국적 없는 날의 의미보다 딸의 남자 친구 선물에 더 놀란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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