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23일)에서 서민가계를 압박하고 있는 학원비를 꼭 잡으라고 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이대통령은 "도대체 요즘 아이들 학원비가 왜 이렇게 갑자기 올랐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했다는데요. 뉴스를 보면서 '푸훗~' 하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영어몰입식교육, 국제중학교, 자율형사립고 등은 어느 정권에서 나온 것인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인데, 왜 학원비가 오르는지 모르겠다니요? 그래서 제가 학부모로서 실상을 한번 살펴 보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교육정책을 펴시는 분들이 한번 꼭 봤으면 좋겠습니다.
대학 1년생과 고등학교 2년생을 둔 학부모입니다. 작년에 고3 학부모로서 입시전쟁을 한번 치루었고, 이제 두번째 입시전쟁을 준비중입니다. 남들처럼 돈이 많아 고액 과외를 시키는 것도 아니고, 평범하게 부족한 과목 보충시키기 위해 학원을 보내고, 인터넷 강의를 듣게 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가파르게 오르는 학원비는 그야말로 서민 등골을 빠지게 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가구당 학원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1%라고 하는데, 전체가구를 대상으로 한 통계이기 때문에 실제로 학원을 보내는 가구만 따져본다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할 것입니다. 소득의 절반을 학원으로 갖다 바치는 나라가 과연 올바른 나라입니까? 사교육비 때문에 주부들은 가계부 보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미국발 금융위기속에 가계지출을 줄이고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는 가정이 많습니다. 그러나 지출 가운데 유독 사교육비만은 줄이지 않는 것은 교육문제에 관한한 우리 부모들의 열정때문일 것입니다. 날로 높아져가는 사교육비 때문에 금융위기속에서 일반 가정은 더욱 휘청되고 있어 우리나라가 마치 사교육비에 휘둘리는 학원공화국같습니다.
서민들 등골 빠지게 하는 사교육비
그런데 문제는 학원비 인상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입 단과반 학원비는 6.1%, 고입단과반은 5.3% 인상되었다고 합니다. 월급도 쥐꼬리만큼 올라 허리띠를 졸라 매고 또 졸라 매도 살기 힘든데 학원비는 대폭 올라 주부들은 주름살 펴질 날이 없습니다. 어디 학원비 뿐이겠습니까? 대학 등록금은 왜 이렇게 비싼 겁니까? 1년에 천만원을 주고 배워야 한다니, 참 기가 막힙니다. 오죽하면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이 자살하겠습니까?
고등학생 31명에게 학원비 물어보니
1) 학원 2) 개인과외 3) 인터넷강의 4) 안한다 5) 기타
▷ 한달에 드는 과외비는 얼마인가?
1) 30만원 이하 2) 50만원 이하 3) 100만원 이하 4) 100~150만원 5) 200만원 이상 6) 300만원 이상
▷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기 위한 과외 수강 과목은?
1) 수학 2) 영어 3) 언어 4) 사탐 5) 기타
설문 결과 사교육수단으로 학원이 69%로 가장 많았습니다. (여기서 학원과 개인과외 등 이중적인 사교육을 받는 학생도 많았으나 제외했습니다.) 10명중 7명이 학원을 다니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학원비는 100만원 이하가 46%로 가장 많았고, 100~150만원도 6%, 300만원 이상은 3%였습니다. 50만원 이하는 45%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학생당 과외비로 약 70~80만원 정도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수강과목은 역시 영어와 수학이 가장 많았습니다. 영어와 수학을 중시하는 대학 입시경향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은 특정 고등학교의 예에 불과합니다. 통계에 의하면 한 가정당 사교육비가 평균 21만원이라고 하는데, 실제는 그 이상으로 지출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설문 결과입니다.
물가인상 품폭에 들어간 학원비
정부는 공교육 내실화를 기하지 않고 학원비를 물가인상 품목에 넣어 잡겠다고 했습니다. 올해 3월 물가관리 대상으로 선정한 52개 생필품 중 하나인 학원비 안정화 방안으로 학원의 고액과외에 대한 지도ㆍ점검을 매달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올해 추석을 앞둔 지난달 25일에는 '추석물가 및 민생안정 대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추선 전후로 학원비를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과 관리,감독강화 방안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발표는 발표일뿐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학원비는 앞으로 수능일이 다가오면서 '쪽집게과외' 등으로 더 오를 것입니다. 현재 서울시내 각종 학원의 수강생이 100만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유초중고 학생의 절반이 특목고 및 대학 진학 등을 위해 학원에 다니고 있는 상황을 감안 하면, 사교육비 문제는 절대 그냥 두고 넘어가서는 안될 일입니다. 이러다 대한민국은 학원공화국이 될 듯 합니다.
공교육 내실화, 의지는 있는가?
개천에서 용나던 시대 지났는가?
개천에서 용나게 하겠다?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난 듯 합니다. 개천에서 절대 용날 수 없습니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에덴의 동쪽>에서 탄광촌 광부의 아들로 자란 동욱(연정훈분)이가 서울대 법대를 수석합격 했는데, 먼 옛날 얘기를 보는 듯 했습니다. 제가 자라던 시대(386세대, 81학번)는 그런 일이 가능했죠. 그래서 개천에서 용났다는 이야기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이젠 개천이 오염되서 그런지 용들이 다 죽었나 봅니다.
이명박정부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경제살리기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공약 덕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두가지 대표공약 모두 지금은 말 그대로 공약(空約)으로 기대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지금 미국발 금융위기로 서민들은 다시 IMF가 올까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개천에서 용나던 시대가 좋았습니다. <에덴의 동쪽>처럼 탄광촌 광부의 아들도 서울대 사법고시 수석으로 합격할 수 있는 시대, 다시 그런 시대로 돌아갈 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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