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리뷰

천일의 약속, 첫 회부터 파격베드신 왜 나왔나

피앙새 2011. 10. 1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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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작가의 '천일의 약속'(이하 '천약' 표기)이 첫 방송됐습니다. 시작한 지 불과 1분만에 김래원과 수애의 베드신이 나와 '이건 또 뭐야?'하고 실망을 했습니다. 천하의 김수현도 시청률 때문에 첫회부터 베드신부터 나오는건가 했는데요, 그게 아니었습니다. 극중 박지형(김래원)과 이서연(수애)의 지독한 사랑에 그 베드신을 이해할만 했으니까요. 시청률을 위해 쓴 무리한 베드신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요즘 드라마를 보면 첫회부터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위해 베드신을 많이 쓰는데요, '천약'이 베드신을 쓴 건 시청률 때문이 아니라 그만한 까닦이 있었습니다. '천약' 1회는 스토리 전개도 빠르고 김래원과 수애의 대사도 많아 정신없이 지나갔는데요, 베드신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볼까요?

지형과 서연은 3년간 사랑해 온 연인입니다. 그런데 박지형에겐 또 다른 여자가 있었죠. 병원이사장 딸 노향기(정유미)입니다. 그러니까 지형은 서연과 향기를 사이에 두고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겁니다. 지형은 자기 뜻과는 달리 부모들끼리 향기와 결혼식 날짜를 잡은 것을 서연에게 얘기해 주려고 만났는데요, 서연이 얼마나 슬프겠어요. 그런데 서연이 의외로 쿨하게 나오는 걸 보고 좀 이상했습니다.


나중에 보니까 서연은 지형이 향기와 10년동안 사귀어왔고, 곧 결혼할 사이란 걸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서연은 결혼할 때까지만이라도 지형을 자신의 남자로 만나고 싶어했는데요, 결혼날짜가 잡혔으니 이제 쿨하게 이별을 해야하는데 이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죠. 다음 달에 결혼한다는 지형의 말에 서연은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그녀의 아픔을 지형이 왜 모르겠어요. 지형의 결혼 소식에 서연은 그동안 숱하게 이별 연습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이미 무너지고 있었어요. 서연말대로 지형 결혼전까지 도둑질 사랑을 하려했는데, 그 도둑질을 이제 더이상 못하게 된 것이 슬픈 겁니다.

여기까지 보면 지형이 두 여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나쁜 양다리남으로 생각되는데요, 지형은 처음에 서연과 결혼하려 했는데 서연이 원치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지형과 가정형편이 너무 차이가 나서 통속적인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연은 다섯살 때 아버지가 죽고, 엄마가 도망가서 남동생과 고모네집에서 자랐습니다. 반면 지형은 부모가 모두 의사고 집안도 빵빵하기 때문에 서연이 며느리로 들어가면 얼마나 힘들지 알기 때문에 지형을 사랑하면서도 차마 결혼까진 생각지 못한 겁니다. 사랑하지만 집안 배경 때문에 서연은 지형을 붙잡지 못한 거지요.


1회 내용만 봐서는 참 통속적인 얘기죠. 사랑하는 여자(서연)가 있었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정략결혼(향기)을 해야하는 남자가 두 여자를 사이에 두고 갈등하는 얘기죠. 지형은 부모님 뜻대로 향기와 결혼하면 되는데, 서연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왜 그런지 그 상황을 볼까요. 지형이 서연을 처음 만난 건 친구 장재민(이상우) 때문입니다. 장재민은 서연의 고종사촌이죠. 우연히 재민집에 놀러왔던 지형이 서연을 보고 첫 눈에 반하고, 그 이후 두 사람은 재민이 모르게 사랑을 해왔습니다. 지형은 서연이 어렵게 자랐고, 좋은 남자 만나서 잘 살아야 한다는 말을 재민에게 들었기 때문에 서연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는 거에요. 지형은 1년만에 재민을 만나 그동안 서연과 만났다는 사실을 고백했는데요, 재민이는 불쌍한 서연이를 데리고 논거냐며 분노했지만 지형은 또 그럴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지형의 아버지가 향기 부모가 이사장으로 있는 병원의 병원장이기 때문에 부모들끼리 결혼을 시키려한 것인데, 지형은 향기와 결혼할 뜻이 없습니다. 부모님을 따르자니 서연이 울고, 서연을 사랑하자니 부모님에게 불효를 저지르니까요. 결국 지형은 어머니(김해숙)에게 '향기와 결혼하지 않으면 안되냐?'며 폭탄선언을 합니다. 강여사는 지형의 말에 '내가 잘못 들은거지?'라며 날벼락을 맞은 듯한 표정을 짓지만 지형은 결코 서연을 버릴 수 없다는 의지가 얼굴에 가득했습니다. 이게 첫회 엔딩 장면이었습니다.


김수현작가가 첫회부터 베드신을 쓴 것은 김래원-수애의 사랑이 너무도 지독한 사랑이란 걸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슴 저미도록 사랑하지만 정략결혼 때문에 어찌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랑말이죠. 이 베드신은 두 사람의 사랑이 통속적이고 육체적인 사랑이 아니라 죽음도 초월한 사랑을 그릴 것이라는 김수현식 예고편이라는 겁니다. 어찌보면 극 전체의 '복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 방인 만큼 앞으로의 스토리 전개를 위한 장치들도 많이 보였는데요, 서연이 약을 먹고 건망증까지 보인 건 왜 그럴까요?
'천일의 약속' 제목은 김래원과 수애의 3년간의 사랑과 추억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요, 서연이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둔 채 고모네집을 가는 걸 보니 기억상실에 걸려 천일간의 사랑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2회 예고편을 보니 지형의 어머니 강수정이 벌써 서연을 만나 교제를 반대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런 대사가 나오죠. '부모없는 여자는 죄악이야' 부모를 잃은 건 슬프고 힘든 일이지 죄악은 아니잖아요. 이 드라마가 얼마나 지독한 사랑과 아픔을 그릴지 짐작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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