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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선덕여왕, ‘꽃그지’ 비담이 돌아왔다

by 피앙새 2009.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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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에 <선덕여왕>이 끝난다는 게 아직 실감이 나질 않네요. 이제 2회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지난주 덕만과 비담의 애정신 이후 이번 주는 비담이 점점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비덕라인을 무참히 깨버린 염종은 비덕팬들의 공공의 적 1호가 되었습니다. 또한 궁지에 빠진 비담에게 “페하께서 정말로 너와 마음을 나눈다고 생각하느냐?”라며 세치 혀로 비담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춘추는 비덕팬 공공의 적 2호로 부상했습니다. 비담은 덕만의 진심도 모른 채 염종과 춘추에 의해 오해를 한 끝에 결국 정변을 일으키는 건가요? 이렇게 되면 너무 허무한 거 아닌가요?

어제 인강전을 지키던 호위무사가 “신국의 적을 척살하라! 여왕 폐하 만세!”는 말을 듣고 비담은 자기를 죽이려는 것이 덕만이라고 오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염종이 다 꾸민 일이지요. 비담이 하늘도 무심하다는 듯 울부짓자, 옆에서 썩소를 날리고 있는 염종, 정말 밉더라구요. 한대 쥐어박고 싶었으니까요. 문노를 죽이고 삼한지세를 빼앗아갔을 때 염종을 단 칼에 베버렸어야 하는데, 결국 염종을 죽이지 못한 것이 불행의 씨앗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씨앗이 지금은 너무 커버렸습니다.


<선덕여왕> 60회는 비담이 점점 더 궁지로 몰리고 있다는 것과 덕만이 이제 병환으로 점점 기력이 쇠해져 다음주면 승하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었습니다. 염종과 미생, 주진공, 보종 등 비담의 수하들은 염종이 꾸미는 일에 동조를 하고 싶지 않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자, 염종의 뜻대로 정변의 수순을 밟습니다. 역사는 ‘비담․염종의 난’으로 기록했을지 몰라도 드라마에서는 염종 단독으로 꾸민 정변입니다. 그러니까 비담은 염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덕만에 대한 오해로 유신군에 의해 죽음을 맞이할 거 같습니다. 예고편을 보니 덕만은 비담을 척살하라 명하고, 유신이 비담을 척살하기 위해 출동하고, 춘추는 비담에게 전의를 품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제 비담의 안타까운 죽음만 남겨두었습니다.

비담과 덕만의 아름다운 사랑은 물 건너갔습니다. 하여 가슴 아픈 이야기는 뒤로 하고 오늘은 돌아온 꽃그지 비담 포스에 대해 쓰려합니다. 비담의 ‘꽃그지’ 포스는 김남길이 비밀병기로 21회 처음 등장할 때 나왔던 모습입니다. 덕만은 설원공 군사들에게 붙잡혀 위기에 처하지만 난데없이 나타난 비담에 의해 탈출합니다.  비담은 자신의 닭백숙을 뭉개버린 놈들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단 칼에 베버립니다. 그리고는 묶여있던 덕만을 구해주는데, 이때 보이던 모습이 바로 일명 피칠갑 꽃그지 비담입니다.

그런데 어제 염종측 수하들을 죽이면서 피칠갑 꽃그지 비담의 모습이 다시 등장했는데, 마치 드라마를 21회째로 거꾸로 돌린 듯한 착각을 일으켰습니다. 얼굴에 피칠갑을 한 채 분노에 떨며 칼을 휘두르는데, 선혈이 낭자한 얼굴과 사람을 죽이면서도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은 닭백숙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하던 비담의 모습과 똑같았습니다. 아래 비담이 첫 등장할 때의 모습 기억나시죠?


비담은 덕만을 구해준 인연으로 덕만을 ‘주군으로 모시겠다’며 충성 맹세를 한 후 사량부령까지 오르며 덕만과 신국을 위해 충성을 다해왔습니다. 비담은 사량부령과 상대등에 오르면서 비단 옷을 입고 출연했는데, 거지같은 차림으로 매서운 칼솜씨를 휘두르던 모습을 시청자들은 그리워했습니다. 촬영중 낙마 사고를 당해 그 이후 비담은 무술신을 거의 보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어느 정도 완치가 되고 종영을 앞두고 시청자를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피칠갑 꽃그지 비담 모습을 다시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데 비담이 꽃그지 피칠갑 비담으로 다시 돌아온 것은 춘추가 비담의 성질을 건드린 것도 한 몫 했어요. 춘추가 잠자는 호랑이 털을 건드린 거죠. 비담은 덕만이 난국을 수습할 동안 잠시 서라벌을 떠나 수화군으로 가 있으라고 하자, 떠날 채비를 합니다. 그러나 마음이 놓이질 않지요. 염종 등 수하 세력들을 그대로 놓고 떠나야 하는 비담은 자신의 세력이 일으킨 난을 조금이라도 해결해주고 가기 위해 다시 칼을 잡습니다. 그러면서 춘추가 한 말을 떠올립니다. “너 옛날에는 정말 무서웠어. 근데 지금은 아니야” 비담은 춘추를 떠올리며 칼에 힘을 줍니다. 다크 비담으로 돌아온다는 신호지요. 비단옷을 입고 품위와 체신을 지키던 비담은 몸이 근질근질 했을 겁니다. 칼을 손에 쥔 비담의 심장 떨리는 목소리는 김남길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습니다. “줄줄이 죽여주지...” 이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면 염종과 미생 등 비담의 수하들을 모조리 물리치고 덕만과 국혼도 이루고 해피엔딩으로 끝나잖아요. 그런데 작가들이 어디 시청자 말을 듣나요? 자기들 마음대로지요.


미생 등 비담의 수하들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을 알고 정변으로 갈 준비를 합니다. 염종은 황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며 서라벌을 떠나야겠다며 황급히 궁을 빠져나갑니다. 유신의 군사들은 주진공 등 비담의 수하들을 추포하러 갔지만 이미 도망을 가버린 상황입니다. 그런데 염종이 수하들을 데리고 가는 길목에서 비담이 나타납니다. 삿갓을 쓰고 거렁뱅이 옷을 입은 포스입니다. 비담은 “이것들이 일을 벌인다 이거지...” 하며 칼을 쥔 손을 다시 부르르 떱니다. 비담의 뒤에는 염종이 사주한 자객 한 명이 몰래 뒤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염종은 정말 용서할 래야 용서할 수 없는 짓만 골라하네요.

염종 앞에 나타난 비담은 무서운 카리스마와 분노에 찬 모습과는 달리 깨방정 포스로 “시간 없다. 빨랑 덤벼라...” 며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비담 김남길의 매력입니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얼굴 표정 뿐만이 아니라 목소리까지 변하니 그의 연기를 두고 빠져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담폐인이 등장할 만 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꽃그지 비담의 마지막 8분이 앞에 전개된 55분보다 훨씬 더 스릴과 긴장감 넘치고 재미가 있었습니다. 역시 비담이 칼을 쥐어야 재미가 있는데, 미실 자결후 시청률이 떨어질 때 비담에게 칼을 쥐어주고 싶었지만 낙마로 부상을 입어 여의치 않은게 안타까웠습니다.


비담은 염종에게 “진작에 널 죽였어야 했는데....” 하며 위협하지만 염종은 능글맞게 “역시 실력이 녹슬지 않았어...” 하고 씨익~ 웃네요. 이때 염종을 보고 비덕팬들이 염종을 향해 쏟아 붓던 비난이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위기 때도 비담은 늘 여유가 있어요. 비담은 염종을 칼로 겨누며 “그래 생각난다. 그때도 그게 궁금했어, 잘린 목으로도 웃을 수 있는지...” 그런데 이 때 염종이 수하 자객이 독침을 날리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문노처럼 비담도 어이없게 죽는가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독침을 피합니다. 그런데 자객을 잡고 보니 폐하(덕만)를 지키던 호위군사입니다. 비담은 '그렇다면 덕만이 보낸 자객이란 말인가’ 하고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어버립니다. 모두 염종이 꾸민 일인데요. 아, 정말 안타깝습니다.

비담은 자객에게 “누구의 명이냐? 말해 어서!!”라고 하지만 자객이 이실직고 하겠어요? 그 짧은 순간에도 비담은 어릴 때 스승 문노가 비담의 손을 뿌리치던 일, 덕만이 어제 난을 수습할때까지 서라벌을 떠나 있으라며 손을 놓던 기억을 중첩시키며 모든 사람에게 다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덕만에 대한 오해가 점점 깊어집니다. 그러는 사이 자객은 “신국의 적을 척살하라! 여왕 폐하 만세”를 외치는데, 비담은 분노의 칼로 단칼에 자객을 베버립니다.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듯 울부짖는 비담 옆에서 썩소를 날리고 있는 염종, 어찌 그리 미울까요? 정녕 비담과 덕만의 운명은 여기까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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