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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행복

고3 학부모가 되기 위한 5가지 조건

by 피앙새 2009.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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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두번째 고3 학부모를 하고 있습니다. 집안에 수험생이 있으면 모든 가족들이 그야말로 비상입니다. 저희집만 유난을 떠는 것이 아니라 고3 수험생을 둔 집안의 공통적인 심정은 한마디로 무서운 시어머니 한명 모시고 사는 것 같습니다. 한 달 정도 여름방학을 보내면서 휴가는 커녕 1년은 늙어버린 듯 합니다. 그래도 이 더운 날에 공부하는 수험생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를 해보지만 지난 여름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니 마리아나 릴케의 싯귀처럼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지난주에 고3 수험생 딸의 여름방학이 끝났습니다. 한 달이 채 못되는 기간이지만 저 뿐만 아니라 가족들 모두 힘든 한 달이었습니다. 수험생을 둔 죄(?)로 올 여름 가족 피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수험생을 두고 용감하게 피서를 갈 만큼 배포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영양식 하나라도 더 해서 먹이느라 고민하느라 어떻게 여름이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고 3수험생들에게는 여름방학 때가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재작년에 고3이었던 첫째 딸도 수능 당해년도 여름방학을 가장 힘들어했습니다. 코 앞에 닥친 대입 수능시험을 앞두고 더위탓에 능률이 오르지 않아 쉽게 좌절하고 짜증내기 쉬운 때인데, 이 모든 것을 받아줄 사람은 역시 가족들 뿐입니다. 고3 수험생은 상전 모시듯 해도 늘 부족해 보입니다. 그 상전 모시기의 첫 번째가 바로 마음의 보약입니다.

수험생 부모는 보약박사가 되어야 합니다. 땀도 많이 흘리고 밥맛도 없는 때라 딸을 위해 보신용 건강식품을 구입했습니다. 여름에 그냥 먹기도 힘든 배를 한박스 사다가 즙을 내서 먹이고, 홍삼 즙를 사다가 번갈아 하나씩 주었습니다. 남편을 위해서는 보신용 건강식품을 사본 적이 없는데 딸을 위해서는 선뜻 건강식품을 사는 것을 보고 남편에게 조금 미안했습니다. 두뇌회전, 시력, 피로회복에 좋다는 영양제도 기본인데, 효과 여부를 떠나서 엄마의 정성을 보여주면 더 힘이 나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수험생 부모는 약손이 되야 합니다. 감기 기운이라도 있으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병원에 빨리 되리고 가서 정확한 처방으로 금방 낫게 해주어야 합니다. 한 시간이라도 아파 누워 있으면 그만큼 공부할 시간을 버려야 하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병이 오래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아무리 약이 좋더라도 엄마손 만한 약이 없습니다. '엄마손은 약손'아라는 말처럼 아픈 딸의 머리나 배를 만져주면 금방 낫기도 합니다. 수험생이 아플때 가장 좋은 약은 역시 엄마의 사랑입니다.

수험생 부모는 대리운전자가 되어야 합니다. 밤늦게 도서실이나 학원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는 딸을 데려오기 위해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운전자입니다. 밤 늦게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는 딸을 태워오기 위해 학교앞에서 기다리다가 차안에서 졸기 일쑤지만 딸을 태워오고 나서야 비로소 하루 일과가 끝납니다.

수험생 부모는 대입 컨설턴트가 되어야 합니다.  옛날과 달리 요즘은 학교에서 입시지도를 하긴 하는데, 자세한 지도를 하지 않습니다. 대학마다 입시요강이 달라 학생 개개인마다 일일일 맞춤형 입시지도를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사설 입시 컨설턴트가 호황일까요? 내 자녀가 가야할 대학의 입시요강을 꼼꼼히 확인하고 여기에 맞는 입시준비를 해주어야 합니다. 학교에만 맡길 수는 없습니다.


수험생 부모는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학교에서 친구들끼리도 내신 경쟁 때문에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서 수험생은 고독합니다. 사춘기때지만 공부하느라 고민을 마음 놓고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를 만들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엄마가 친구가 돼주어야 합니다. 주말에 가끔은 찜질방이라도 함께가서 찜질도 하고 시원한 팥빙수도 먹으며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우리 나라 수험생 부모가 되기 위한 조건이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가정마다 개인마다 다른 환경 때문에 그 조건은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의 수험생 부모들은 1년동안 숨소리조차 크게 쉬지 못하며 수험생 뒷바라지 하느라 시집살이 못지 않은 고생을 합니다. 올 여름 피서 한번 가지 못하고 수험생 자녀를 위해 뒷바라지에 고생한 이땅의 모든 수험생 부모님들께 힘찬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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