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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역전의 여왕, 김남주의 눈물겨운 떡실신

by 피앙새 2010.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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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지붕킥'에서 황정음이 보여준 떡실신은 그녀를 스타로 만든 명장면이었죠. 그런데 어제 '역전의 여왕'에서 김남주가 보여준 떡실신은 눈물겨운 떡실신이었어요. 김남주가 왜 떡실신이 되었을까요? 바로 남편 봉준수(정준호)의 정리해고에 대한 설움때문에 술을 마시다가 떡실신이 된거죠. 남편을 대신해 흑기사가 아닌 흑장미(?)를 자처해 깡소주를 들이마시는 황태희를 보면서 웃음보다는 씁쓸함이 앞섰어요. 황태희의 눈물은 정리해고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이 땅의 많은 아내들의 눈물인지 몰라요.

연봉이 무려 7천만원인 퀸즈클럽의 잘 나가는 팀장 황태희. 골드미스로 어느 누구도 부러울 것이 없었는데 눈에 콩깎지가 씌었는지 봉준구를 만나는 순간부터 인생이 살짝 꼬이기 시작했어요. '결혼과 직장은 절대 양립할 수 없다',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 아니라 지옥'이라고 생각하는 한송이(하유미)상무의 눈밖에 나 눈물을 머금고 퀸즈클럽에 사표를 내던질 때만 해도 남편 봉준수가 먹여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네요. 100년 묵은 여우같은 백여진(채정안)팀장이 남편과 한 때 애인사이였던 것이 오히려 남편에겐 불리하게 작용해 인사고과에서 최하 점수를 받았으니 정리해고 대상이 된거죠.


봉준구는 처자식을 두고 직장에서 짤린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네요. 그러나 군대시절 쫄병이었던 구용식(박시후)이병이 퀸즈그룹 구조조정본부장으로 오자,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지만 구용식은 인정사정 봐주질 않아요. 군대시절 구용식을 기합주고 꼼짝못하게 했는데 이제 인생이 역전됐어요. 그때는 그때고 이젠 어떻게든 살아남는 게 봉준구의 지상 과제에요. 봉준구 뿐만 아니라 소심한 목영철(김창완)부장, 오대수(김용희)과장, 소유경(강래연) 등이 정리해고 공포에 몸을 떨고 있어요.

구용식의 오른팔이자 구조본 직원 강우(임지규)는 정리해고 대상자를 따로 모아 회식자리를 열자고 본부장에게 건의 하죠.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 술을 한 잔 하다보면 동병상련의 정을 느껴 쉽게 희망퇴직서에 도장을 찍을 거란 얄팍한 계산 때문이죠. 그래서 봉준수 등 정리해고 대상 직원들이 회식자리에 모였어요. 회식 자리에서 나온 해고 대상자들은 구용식본부장에게 술을 권하며 마지막까지 짤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다하네요. 물론 봉준수사원도 그 옛날의 군대시절 빽(?)을 이용해 구본부장에게 기대보려 하는데 이게 왠일입니까? 군대시절의 케케 묵은 감정을 술로 기합주는 게 아니겠어요? 컵에 소주를 가득 따라주며 '원샷~!'이라니,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인 봉준수는 술을 받아 마실 수 밖에요.


봉준수는 본부장의 술을 마다하지 않고 받아 마셨어요. 한 잔, 두 잔 그리고 세 잔째 받아 마시며 봉준수는 힘들어 했어요. 더 이상 받아 마시기가 힘들다고 생각할 때 황태희가 짠~하고 나타났어요. 그녀 말대로 남편을 대신한 흑장미(흑기사)에요. 구용식본부장과는 지하주차장에서 부딪혀 핸드폰을 서로 바꿔가져 일면식이 있는데, 구용식은 기억을 못하죠. 어쨌든 황태희는 남편을 대신해 깡소주를 받아 마셨어요. 이왕 흑장미로 왔으니 봉준수를 대신해 황태희가 깡소주를 잘도 받아 마십니다.

황태희는 술인지 물인지 모를 정도로 마셔댑니다. 아무리 술을 잘해도 소주를 연거푸 받아 마시니 취할 수 밖에요. 술이 거나하게 취한 황태희가 구용식본부장에게 한 말이 인상적이네요.

본부장님은 참 좋으시겠어요. 태어날 때부터 갑이라... 제가 살아보니까 인생 갑(甲)과 을(乙)이더라구요. 갑과 을 모르시나? 유학파라 모를 수도 있겠다. 본부장님처럼 아무 한 거 없이도 아버지 잘 만난 빽 하나로 이렇게 상석이 앉아가지고 지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 무릎도 척척 꿇릴 수 있고 마음에 안들면 싹둑싹둑 잘라버릴 수 있는 사람이 갑(甲)! 우리 남편이나 여기 있는 사람들처럼 죽어라 충성을 다 바쳐도 꿇으라면 꿇고 나가라면 나가고 죽으라면 죽어야 되는 사람이 을(乙)! 갑 보기에는 우스워보일지 몰라도 여기에 있는 을들은 회사에서 지 밥벌이만큼은 하는 사람들이에요. 이 사람들 다 짤라서 얼마나 잘 먹고 잘 살라 그래? 지금도 잘 살면서...


그래요. 황태희 말에 회식자리에 나온 정리해고 대상직원들이 모두 고개를 끄떡이며 동조했잖아요. 사실 그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을 황태희가 대신해준 거죠. 속으로 통쾌했을 거에요. 그리고 구용식본부장은 황태희말에 약간의 심경 변화를 느끼는 듯 했어요. 정리해고가 능사가 아니란 거죠.  취중 명품 연설을 한 후 황태희는 떡실신이 됐어요. 남편을 대신해 장렬히 흑장미로 산화한 거에요.

봉준수는 떡실신이 된 황태희를 들쳐매고 간신히 집으로 왔어요. 황태희 눈은 테디베어 눈처럼 마스카라가 번지고 몰골이 말이 아닐 정도로 남편을 대신해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지만 봉준수의 정리해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했어요. 황태희는 봉준수에게 희망퇴직서에 먼저 사인을 하지 않는 한 법적으로 회사가 먼저 자를 수 없다며 무조건 버티라고 합니다. 왜? 황태희집 밥줄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어느새 봉준수의 희망퇴직 마감 시한이 돌아왔네요. 봉준수는 황태희 말대로 절대 회사를 떠날 수 없다고 버팁니다. 그러나 구조본에서는  법인카드 불법사용, 화장품 샘풀 무단 반출 판매 등의 혐의를 들어 통보없이 해고당할 수 있으며 퇴직금과 재취업 등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압력을 넣고 있네요. 개발팀 소유경의 연락을 받고 퀸즈클럽에 온 황태희는 구조본부장에게 매달려 눈물을 흘리는 남편을 목격합니다. 새까만 군대 후배 앞에서 무릎이라고 꿇겠다며 애걸복걸하는 봉준수, 그러나 본부장은 봉준수의 정리해고 대상 이유는 무능력 때문이라며 매몰차게 거절합니다. 이를 몰래 지켜보는 황태희 눈에서는 피눈물이 쏟아집니다. 드라마지만 실제 이런 장면이라면 얼마나 비참하겠습니까?


같은 '떡실신'이라도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눈물이 나오기도 하네요. '지붕킥'에서 황정음이 보인 떡실신은 재미있는 장면이었어요. 그런데 '역전의 여왕'에서 김남주의 떡실신은 눈물 그 자체였어요. 드라마이기 전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해요. 돈이 뭐길래, 직장이 뭐길래 그토록 비참하게 무릎을 꿇어야 하나요? 이런 모습에 어찌 황태희가 눈물겨운 떡실신을 하지 않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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