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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동이 인원왕후, 최악의 중전 캐스팅이다

by 피앙새 2010.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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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동이'의 압권은 장희빈의 '사약신'이었어요. 역대 장희빈의 사약신은 죽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다가 진을 다 뺀 후 죽어갔는데 '동이'에서는 이런 요란을 떨지 않고 차분했어요. 인간적으로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악녀역을 너무 잘 해낸 이소연의 연기는 정말 소름끼칠 정도였어요. 장희빈이 죽은 후 중전 자리를 마다한 숙빈 최씨를 대신해 인원왕후가 처음 등장했는데, 오연서 연기를 보니 최악의 중전 캐스팅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제작진은 오연서를 히든 카드로 내세웠는지 몰라도 '버린 카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로 대사와 얼굴 표정 등 어느 하나 사극 연기와는 어울리지 않았어요.

조선시대 중전이라 함은 단아하고 기품있는 연기를 보여줬던 박하선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오연서는 중전역이 그리 어울리지 않아 보여요. 역사적으로로 인원왕후(오연서)는 인현왕후(박하선)의 승하 이후 1702년(숙종 28년) 16세의 나이로 숙종의 세번째 왕비로 책봉되었어요. 경종이 즉위한 이후에는 왕대비가 되었고, 영조가 즉위한 이후에는 대왕대비가 되었는데, 연잉군을 무척 아꼈다고 하네요.


역사적으로 이렇게 착하게(?) 기록돼있는 인원왕후인데, 어제 첫 등장은 다소 오버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동이를 견제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카리스마를 보여주려고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효주 앞에서 기가 센 척 연기하는 게 너무 어색했어요. 연기자라면 극중 배역에 몰입돼어 진짜 조선시대 인원왕후가 돼야 하는데, 오연서의 연기는 의욕만 앞서고 중전의 포스가 전혀 나오지 않았어요. 숙종이 나이 40이 넘으니 여자 보는 눈이 없어진 건가요? 인현왕후나 장옥정에 비해 왜 그리 다른지요?

중전 책봉식이 열린 후 인원왕후가 동이와 첫 대면을 했는데요. 역사에 나온 것과 달리 오연서의 첫 인상이 너무 차가웠어요. 그런데 숙빈을 보자 마자 '자네가 바로 숙빈이로군!'라고 하는 게 아니겠어요? 정상궁 등 모든 궁녀들이 놀랐어요. 아무리 중전이라 해도 왕의 총애를 받고 있는 숙빈 최씨에게 너무 쌀쌀맞게 한 거죠. 그래도 숙빈은 깎듯하게 인원왕후에게 문후를 올렸어요. 궁녀들은 인원왕후의 살벌한 눈빛과 태도를 보고 쑥덕쑥덕 됐는데, 숙빈과 중전의 또 다른 권력다툼의 시작을 알린 거에요.


인원왕후는 보경당 숙빈과 연잉군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며 병조참판에게 가장 먼저 내명부의 기강을 바로 잡겠다고 선언했어요. 숙빈이 전하의 총애를 등에 업고 연잉군을 수권의 자리에 앉히려 한다는 소문이 사실인지를 묻고, 절대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낸 거에요. 생각보다 인원왕후가 중전 자리에 오르자마자 숙빈을 너무 과도하게 견제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나인식을 치루면서 관례대로 중전을 부르지 않은 것이 화근이 돼 인원왕후는 숙빈 군기잡기에 나서게 됩니다. 그러면서 연잉군의 혼사문제를 꺼내는데, 이는 연잉군을 혼례시켜 궁궐 밖으로 내보내려는 거에요. 세자를 제외한 궐 안의 모든 왕자들은 혼례를 치루면 궐을 떠나 사가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에요.

드라마 전개상 숙빈과 인원왕후의 갈등은 어차피 나와야 할 부분이에요. 숙빈은 중전도 없고 희빈도 죽은 마당에 내명부의 최고 우두머리잖아요. 나이 어린 중전이 새로 왔는데, 숙빈으로서는 함부로 할 수가 없지요. 반대로 인원왕후 입장에서도 내명부 최고 권력자였던 숙빈을 어떻게든 누르고 싶을 겁니다. 인원황후가 중전이 되자마자 동이에게 잘해보자고 한다면 이 또한 모양새가 이상하지요. 인원왕후는 중전이 되긴 했지만 사실 힘이 없는 중전이잖아요. 인원왕후는 연륜이나 정치권력 기반이 약해 중전 자리를 지키려는 본능적 욕심 때문에 숙빈과 대결 양상을 보인 겁니다. 나중에 연잉군이 왕위에 오를 때 크게 도움을 준다니 좋게 봐줘야죠. 첫 등장부터 공격적으로 나오다 보니 밉상이 된 거에요. 오연서가 첫 등장하면서 한효주와 연기 대결을 벌이려했는데, 한효주 연기력에 기가 꺾인 듯한 형국이에요.


'동이'가 이제 5부가 남았네요. 앞으로 한효주와 오연서가 연기 대결을 펼치며 종영을 향해 갈텐데, 한효주와 대결할 연기자로 오연서를 선택했다는 것이 다된 밥에 코 빠뜨리지 않을까 우려되네요. 흔히 연기를 못한다고 할 때 대사를 '국어책 읽는 듯 하다'고 하는데, 오연서의 연기가 국어책 대사였어요. 특히 동이와 연잉군 결혼 얘기를 하는 장면을 보니 한효주와 따로 연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마치 앞에 쓰여진 대사를 보고 읽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아역 연기자들보다 연기를 못하는 것 같았어요.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야 없지요. 그런데 이제 5부 밖에 남지 않았는데, 오연서의 연기가 나아지기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없어요. 종영이 가까운 상황에서 연기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 배우를 캐스팅해야 했는데, 오연서의 중전 포스는 박하선이나 이소연에 비해 포스가 너무 딸려요. 오연서의 연기가 부족한 게 아니라 박하선과 이소연이 너무 연기를 잘해서 그런 건가요?
박하선과 이소연의 명품 중전역에 눈높이가 맞춰져서 그런가요? 오연서의 인원왕후는 최악의 캐스팅이 되지 않을까 우려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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